서로 다른 교단의 은퇴 목회자 4명이 교회를 이뤄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 주에 한 명씩 돌아가며 예배를 준비하는데 각 교단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어, 기존의 교회와는 또 다른 교회연합을 경험할 수 있다.주일이었던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는 찬양과 기도로 주일예배가 시작됐다. 보통의 예배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 소박한 예배공동체의 인도자는 감리교의 수장이었던 신경하 전 감독회장.
목회 일선을 떠난 이 원로 목회자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을 내 탓이라 회개하면서 동시에 한국교회가 넓은 길을 버리고 좁은 길로 돌이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 희생을 모르고 넓은 길로만 가려고 하는 욕심에서 빨리 우리 한국교회가 돌아서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사망으로 인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예배 자리에는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와 기장총무를 지낸 김상근 목사, 전 성공회대 총장인 이재정 신부가 자리했다.
한국교회를 이끌었던 이 4명의 원로들이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며 교회를 이룬 건 지난 2009년 10월. 은퇴 후 예배드릴 교회가 마땅하지 않던 차에 같이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이재정 신부는 "자기 교파의 전통에 따라서 예배하고 설교하고, 교파가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직접 한번 체험적으로 나눠보자 해서 가족교회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예배인도와 설교는 4명이 한 주씩 돌아가며 맡는다. 주보도 각 교단의 예전을 따라 각자 제작한다. 교인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보니, 교회 비판과 사회 정의 등 설교의 폭도 넓어졌다.
유경재 원로목사는 "한달에 한 번씩 설교하는 것이지만, 연속성을 갖고 매주 설교할 때보다 더 부담이 된다"면서 "그래도 각 교단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이들이기 때문에 설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여러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정보와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모인다"고 말했다.
가족과 지인들 정도만 모이던 예배에는 이제 현직 목회자도 찾아오고, 일반 교인들도 교회 문턱을 넘나든다. 평신도인 최은희씨(경기도 군포)는 "기존의 교회가 교회를 위한 교회라면, 여기는 교회라는 조직보다 본질을 더 고민하는 곳"이라면서 "매 주 올 때마다 각기 다른 4명이 각각 다른 도전을 받는다"고 말했다.
'더불어한교회'라는 이름으로 4년 넘게 연합해온 4명의 원로 목회자들은 지역의 일선교회들도 자신들과 같은 교단을 초월한 교회연합운동의 첫걸음에 나서주길 당부해 본다.
김상근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 안에서 예장교회나 ,성공회, 감리교, 기장의 담을 넘어 이 교회 저 교회가 선교도 같이 하고, 사회적 봉사도 같이 하고, 예배 예전도 상대방의 것을 받아들이는 모델로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