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강의 중에 강사가 여학생 머리채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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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원 강의 중에 강사가 여학생 머리채 흔들어

  • 2007-04-26 15:42

총신대 김희태 목사, "성경 장면 재연하려 한 것"…원우회, ''공개 사과'' ''이사직 사퇴'' 요구

 

지난 2003년 총회장이 채플 설교에서 일명 ''기저귀 발언''을 해 교회 안팎에서 지탄을 받은 총신대(총장 김인환)에서, 최근 수업시간에 교수가 여학생의 머리채를 흔든 사건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총신대 이사 김희태 목사(동광교회)는 지난 4월 19일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자신이 강의하는 ''목회자 리더십'' 시간에 성경의 한 장면을 재연하겠다며 한 여학생을 강단 앞으로 불렀다. 구약 에스겔서에 나오는 하나님이 에스겔을 끌고 가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이 여학생은 싫다고 거부했지만 김 목사는 이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았다.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여학생이 싫은 기색을 보이기에 미리 창피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가볍게 머리를 잡았고, 그 후에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사과했기에 문제가 크게 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여학생은 많은 학생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꼈고,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강행한 김 목사에게 분노했다. 이 일은 학생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총신대 원우회(회장 이태승)가 나서서 학교 쪽에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교수회의에서도 김 목사 문제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신대 한 교수는 "지난 임태득 총회장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학교가 큰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이 발생해 난감했다"며 "교수들도 이 문제를 빨리 덮으려는 쪽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심각하게 토론했다"고 교수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교수회의에서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사이, 김 목사가 강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학교 쪽에 전달했다. 학교에서도 목회자 리더십 과목을 맡을 다른 강사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 목사는 "여학생이 내 수업시간에 받은 상처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다는 소리도 들리고, 휴학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서 내가 수업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학교 쪽에서 징계를 내리기 전에 스스로 물러났음을 밝혔다.

그러나 김 목사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김 목사는 "이미 그 여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달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여학생은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그리고 문제를 이렇게 키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목사는 "똑같은 강의를 학교 밖에서 하면서 선교사 사모의 머리를 잡은 적도 있고, 목회자 부부 세미나에서도 사모의 머리를 잡은 적 있다. 그때는 다들 숙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이번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우회는 신학대학원 심창섭 원장을 4월 25일 만나 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김 목사가 학생들에게 여성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한 만큼 공개 사과하고 강의를 하지 말 것, 나아가 총신대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학교 측에는 제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심 원장은 총장 등과 상의해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김 목사는 "학생들이 요구한 공개 사과와 이사직 사퇴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여학생에게 수업 시간에 실수를 한 것 가지고 학생들 전체 앞에서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또 이사로서 학교의 개혁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일로 그만 둘 수는 없다. 학생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 사이에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목사가 아직도 여성에게 수치심을 유발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교수는 "잘못은 했지만 이사직을 물러나야 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지 않는다. 학교 안에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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