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교회서 추방" 합동 헌법개정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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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교회서 추방" 합동 헌법개정안 논란

  • 2016-07-21 16:26

'추방'이 반드시 '출교'는 아냐…선언적 의미 강조

 

단일교단으로는 한국교회의 가장 많은 성도수를 보유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박무용 목사, 예장 합동)가 ‘교회 내 동성애자를 목사의 권위로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헌법개정안을 발표해 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예장 합동 헌법개정위원회(위원장:권성수 목사)는 지난 11일과 14일, 18일 세 차례에 걸쳐 각각 서울과 대구, 대전에서 권역별 공청회를 열고 헌법 정치 및 권징조례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개정안에는 동성애 문제와 교회 분쟁에 대한 내용이 삽입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치 개정안에서 제4장 제3조(목사의 직무) 7조를 신설하여 “동성애자의 세례와 주례와 또 다른 직무를 거절할 수 있고 목사의 권위로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최근 들어 동성애가 한국사회와 교회의 이슈가 되면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이 헌법개정위의 취지다.

개정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SNS 상에서는 찬반논란이 일었다. 먼저 목회자가 동성애자의 성례를 거절할 수 있게 한 데 대해서는 이미 동성애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목사가 동성애 커플의 주례를 거절했다가 고소를 당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목사의 권위로 교회에서 추방할 있다고 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개정안에 명시된 ‘추방’이 교회법상 최고 수위의 치리인 ‘출교’를 말하는 것이라면 너무 지나치다는 것.

최근 예장 합동총회가 ‘출교’ 조치한 대표적인 인물이 동료 목사에게 칼부림을 했다가 검찰에서 징역 9년을 구형받은 황 모 목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출교가 얼마나 높은 수위의 치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공회 길찾는교회의 자캐오 신부는 “이런 반인격적인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개정안에 포함하는 것은 교회가 사회적 목소리에 귀를 막고 나 홀로 살아가겠다는 배타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교회안의 성범죄 같은 여러 문제들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상대적 약자인 동성애자를 추방하겠다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예장 합동 헌법개정위 서기 윤두태 목사는 “개정안에 담긴 ‘추방’이라는 용어가 반드시 ‘출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서 “아직은 개정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인 만큼 확정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성경적으로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지으셨다. 동성애는 성경이 허용하지 않는 죄”라며 “이번 개정안은 선언적인 의미다.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나님의 말씀에서 금지하고 있기에 신학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석대 기독교학부의 이경직 교수(조직신학)는 “현행 대부분의 교회법에서도 담임목사가 ‘치리’의 과정을 통해 동성애에 대해 권징하고 치리할 수 있다. 잘못된 일에 대해 목사가 치리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단, 권징의 단계는 정확하게 거쳐야 하며, 칼뱅이 기독교강요에서 말했듯이 치리의 대상자가 죄를 뉘우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사랑과 온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 “오늘날 교회가 동성애 외에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치리하고 있느냐하는 형평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교회가 모든 말씀에 본이 된다면 이런 결정들이 보다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법개정위는 이번 개정안에 제2장 제5조(교회의 사명)와 6조(교회재산)를 신설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명기해 종교 차별금지법의 주장을 원천적으로 금지토록 했다.

또한 “교회 설립을 노회에 신청할 시 지교회 재산을 교회 명의나 총회 유지재단 명의로 가입등기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미디어상에 난무하는 유인비어를 대비하기 위해 제76조에 “(재판국 판결 언도 전에 피고 또는 원고가) 인터넷, 신문, SNS에 사전 유포한 것은 재판할 수 없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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