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칸타타' 대신 '촛불' 든 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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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칸타타' 대신 '촛불' 든 교인들

  • 2016-12-24 23:17

성탄 전야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위한 제9차 촛불집회에 교회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사진은 교회 단위 참가자들의 행진 모습.

 


성탄절 전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제9차 촛불집회에는 서울제일교회, 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나들목교회, 새민족교회, 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 박근혜퇴진기독교운동본부, 한국기독교장로회청년회동지회 등 교인들이 참석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의 거목 故 박형규 목사가 시무했던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제일교회는 박형규 목사가 시무할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교회로 민주화와 통일, 사회 정의 실현을 주요 선교과제로 삼고 있다.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정의와 평화, 생명과 사랑을 이루시기 위해 오셨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 것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장소가 광화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성탄 전야는 광화문에서 보내고 성탄절은 교회에서 지키기로 하고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청년회 소그룹별 참여자도 많았다. 나들목교회 이광문(36세) 청년은 “성탄 전야이기 때문에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성탄절에는 예수님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예수님의 발길이 가는 곳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 새벽송 행사 참석자들이 24일 밤 서울 강남역 삼성전자 본사 앞 삼성반올림 농성장에서 성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소외되고 고난 받는 현장에서 울려퍼진 새벽송...“이곳 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대 자본권력의 횡포와 사회적 편견 등에 맞서 장기 농성을 벌이는 곳에서도 성탄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평화교회연구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는 신자유주의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 성탄을 알리는 찬송을 부르고,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고난받는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 행사는 올해로 5회 째를 맞았다.

고난함께 진광수 목사는 “교회의 새벽송 전통을 살리고, 성탄의 소식을 가장 기다리는 곳을 찾아 예수그리스도의 위로와 격려를 전하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취지에 공감하는 청년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올해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 새벽송에 참여한 이들은 30여 명. 이들은 24일 오후 3시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출발해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농성장, 서울 양재 유성기업 농성장, 서울 강남역 삼성 반올림 농성장, 광화문 장애등급제 폐지 농성장을 거쳐 마지막 종착지로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6년동안 일하다가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 씨는 새벽송 일행을 맞이하면서 “추운데 여기까지 와주시고 많이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씨는 “삼성반도체 LCD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으로 숨지고 투병중인 노동자 문제를 알리는데 오늘로 445일 째”라고 말했다. 이종란 씨는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에게는 수백억의 승마지원을 하며 뇌물을 바쳤지만, 정작 삼성 LCD공장에서 일한 피해자들에게는 제대로된 치료와 보상,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 새벽송 행사에 처음 참석한 청년들은 열악한 투쟁환경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황한결(다드림교회, 28세) 청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악행과 거짓말 하는 자를 심판하여 주시고, 바르고 정의롭게 사는 자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해달라”며 기도했다.

새벽송에 처음 참가한 남기평 청년(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총무)은 “많은 교회들이 성탄을 맞아 칸타타 준비도 좋지만 이 땅에 노동자들이 소외된 현장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고난함께 새벽송 일행은 25일 성탄절 오후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10년 동안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KTX해고 여승무원과 함께 성탄절 연합예배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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