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애인은 장애인끼리만 예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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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애인은 장애인끼리만 예배해야 하나

  • 2017-04-28 14:35

전체교인 절반이 장애인.. 더불어 예배하는 대구 둥지교회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둥지교회는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그리스도인이 장애인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배와 활동 등이 모두 한 층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고,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강단과 자동문, 장애인용 손잡이를 마련했다. 또 예배당 한 쪽을 전부 휠체어 전용 공간으로 확보했고, 전동휠체어와 점자 성경 등을 구비했다.

전동휠체어와 휠체어 전용 좌석이 마련된 둥지교회 예배실.

 


이러한 교회의 노력에 교회를 찾는 장애인 성도들이 크게 늘어 전체 교인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이다. 하지만 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나누어 예배하지 않고, 장애여부와 유형에 관계없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통합예배를 드린다.

간혹 발달장애인 중에 예배 시간에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 다른 교인들의 예배 집중을 막기도 하지만, 모두 그러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둥지교회 신경희 목사는 “교회가 특별해서는 안 되고, 장애인들이 장애인들끼리만 모여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시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예배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서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사회도 통합교육이 먼저 가고 있기에 이제는 교회도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통합예배를 드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내부에 설치 된 자동문. 교회는 장애인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교회는 장애인 교인들의 접근성과 이동권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예배당을 마련하고,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이동수단을 갖추지 못한 장애인들이 교회에 오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리프트 버스를 매입했다.

둥지교회 임효섭 집사는 “장애인들을 교회에 데려오기 위해 교회가 3천만 원에 전세로 있을 때, 리프트 버스를 5천만 원 주고 샀다”며, “교회 외부에서도 어리석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그게 장애인들과 함께하자는 교회의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교회는 장애인교인들의 이동을 위해 휠체어 리프트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교회는 근처에 장애인주거시설을 마련해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머물 곳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숙식을 해결하던 장애인 청년 한 명이 호적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2001년에 그를 비롯한 남성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생활시설인 ‘셋둘삶터’를 열었다.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더불어’라는 뜻으로, 원래 가족은 아니었지만 셋이 모여 살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2004년도에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아름다운집’도 개소했다. 정식인가를 받고 재활 치료와 상담, 문화생활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으며, 지금은 예장통합총회 장로교복지재단 산하기관으로 편입해 운영하고 있다.

둥지교회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집' 내부.

 


이곳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지적장애 3급 조영희 씨는 “가끔 영화 같은 것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선생님께서도 잘해주셔서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둥지교회에도 출석하고 있는 그는 “어린 시절 교회에 다녔지만, 교회학교 선생님에게 구타를 당한 뒤 교회 가는 것이 불안해서 가지 못하다가 다시 둥지교회에 다니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둥지교회에 가는 것도 불안했지만, 막상 가보니까 지내기가 편하고 불편한 분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출석하던 교회에서 상처를 받아 아예 교회를 떠나게 되는 장애인은 조영희씨 뿐이 아니다. 신경희 목사는 “시각 장애인인 교인 중에 출석하던 교회에서 ‘눈에 뵈는 게 없냐, 왜 그렇게 헤매냐’는 다른 교인의 말에 상처를 받아 몇 년간 교회에 안 다녔다는 분이 있다”며, “교회가 아직 작은 자를 섬기는 것에 생활화되지 않았는데, 끊임없이 낮은 자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다친 새도 따뜻함을 느끼는 '둥지'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이름을 '둥지교회'로 지었다.

 


둥지교회는 앞으로 장애인 생활시설을 늘려가고, 교인수가 더 늘어날 경우에는 분립개척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애로 불편 하지 않고, 장애로 구분 짓지 않는 교회가 누구나 올 수 없는 곳이 된 한국교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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