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힘과 영향력 가질 수록 무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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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힘과 영향력 가질 수록 무능해진다"

  • 2018-02-23 21:53

대형화 위험성 우려.. 교회분립 나서는 '예수향남교회'

[앵커]
대형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목회 세습을 하고, 대형 교회당을 짓는 게 한국교회의 모습인데요.

이와는 반대로 교회를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한 교회가 있습니다. 개척한 지 9년 가까이 되는데벌써 두 개 교회를 분립개척시켰고, 앞으로 15년 동안 15개의 교회를 분립개척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천수연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에 있는 예수향남교회는 지난 2015년과 작년 가을 두 번의 분립개척을 이뤘습니다.

분립개척의 가치와 정신을 함께 공유해온 두 명의 부목사가 장년 40여 명과 함께 평택과 수원에서 각각 개척 목회를 하고 있고, 4명의 부목사는 개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립개척은 예수향남교회가 설립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정갑신 목사 / 예수향남교회]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교회가 힘과 영향력으로 일하려는 것 자체가 그리스도 몸답지 않은 거죠. 진실이 움직이는, 그리스도의 방법이 움직이는, 하나님의 가치가 움직이는 교회, 그리로 가려고 하면 교회는 기본적으로 움켜쥐는 구조이면 안 되는 거죠."

대형교회에서 목회를 배우고 탄탄한 중견교회에서 담임을 경험한 정갑신 목사는 대형교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우려했습니다.

[정갑신 목사 / 예수향남교회]
"조직과 시스템이 하나님이 하실 일을 대신 할 가능성이 너무 많기 때문에 위험한 거죠. 조직과 시스템이 사실은 많은 경우 하나님 노릇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돼요."

일각에선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역할이 다르다며 대형교회 역할론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정 목사는 오히려 연합을 강조합니다. 한 교회가 할 일을 열 교회가 함께 하면 된다는 겁니다.

[정갑신 목사 / 예수향남교회]
"한 교회가 하는 순간 다른 많은 교회들이 소외되잖아요. 그러니까 더디 가더라도 늦게 가더라도 덜 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더 많은 교회가 연합해서 가도록 하는 게 훨씬 더 나은 길이죠."

나눠지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정갑신 목사는 이같은 분립개척의 가치를 교회 운영규정에 담는 등 개척 초기부터 교인들과 공유해왔습니다.

이제 교회는 정 목사의 은퇴까지 향후 15년 동안 15개 교회를 분립개척하고, 정 목사 은퇴 5년 전부터는 교회를 300명 규모로 분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담임목사이지만 정 목사 자신도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면 분립개척에 직접 나설 계획입니다.

[정갑신 목사 / 예수향남교회]
"내가 후임자는 분립개척을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교만이죠. 그것도 하나님께 맡겨야죠. 그러니까 지금 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인가가 아니라 하나님이 지금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 오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 최 현 정선택 편집 김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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