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의 공간에서 평화의 자리로" 27주년 맞는 수요시위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절규의 공간에서 평화의 자리로" 27주년 맞는 수요시위

  • 2019-01-09 22:16

피해사실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회 편견 이겨낸 27년
수요시위 시작엔 한국교회 여성들 있어

[앵커]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교회 여성들에 의해 시작된 수요시위가 어느덧 27년이 됐습니다.

오요셉 기자가 수요시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영하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백여 명의 시민들이 옛 일본 대사관 앞을 가득 메웠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992년 1월 8일 교회여성들에 의해 시작된 수요시위는 어느덧 27년을 이어왔습니다.

2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부에 등록된 240분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중 25분 만이 남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시위 현장을 지켜냈던 할머니들은 고령에 건강 악화로 지금은 현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시민들과 학생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 1369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수요시위 27주년을 기념하는 케이크를 들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인터뷰]
윤미향 대표 /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가 지금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절규의 공간을 넘어서서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고요.
또, 우리가 '이곳은 거리의 평화 박물관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의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수요시위 초반,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정부의 책임회피는 물론 피해 사실을 부끄러운 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까지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숨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그 목소리는 전국민적 평화의 외침이 되어 전세계로 퍼져 나아갔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잔인함을 세계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이끌어냈고, 더 나아가 전쟁을 겪지 않은 다음 세대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몸소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제공했습니다.

[인터뷰]
윤미향 대표/ 정의기억연대
"세상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저 부끄러운 할머니들이 뭐가 자랑스럽다고 저렇게 수요시위를 하느냐'라고 이야기했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비록 피켓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때론 선글라스로 눈을 가렸지만, 이 자리에 서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청소년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만들었고 세계가 수요시위를 알게 되게 만들었고, 그게 세상을 변화 시켰습니다.

수요시위가 처음 시작된 1992년에 태어났다는 김샘 씨는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배웠다며 끝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샘 28세/ 평화나비 네트워크
"(할머니들은) 누군가의 일상을 바꿨고, 사회의 시선을 바꿨고, 세상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와 인권을 배울 수 있었고, 예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꼭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아낼 것입니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회복 운동과 수요시위의 시작엔 한국교회 여성들이 있었다" 라며 한국교회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끝까지 힘써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윤미향 대표 / 정의기억연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여론화되고, 또 이것이 공동으로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교회 여성들이 이 일에 앞장서서 이끌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삶을 기억하겠다', '상처 있는 곳에 한국교회가 함께 하겠다'라는 고백들을 이번 27주년 수요시위를 기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해봅니다."

한편, 정의기억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외치며 수요시위를 이어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27년간 이어진 할머니들과 우리 국민들의 외침은 이곳 일본 대사관 앞에서 평화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정선택] [영상편집 조세희]

많이 본 뉴스

      1 2 3 4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