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사람이 철탑 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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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받는 사람이 철탑 위에 있습니다"

  • 2019-08-05 19:15

삼성 해고노동자를 위한 향린공동체 연합예배

 

[앵커]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향린교회와 강남향린교회 등 향린공동체는 폭염 속에서 수십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성 해고 노동자를 위해 4일 거리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최경배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와 경고가 내려진 지난 주일.

서울 강남역사거리 CCTV철탑 위에선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씨의 농성이 56일째 이어졌습니다.

김씨는 노동조합 설립에 나섰다는 이유로 삼성으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6월 10일부터 삼성의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55일 동안 단식을 벌이다 최근 단식은 중단했지만, 김씨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철탑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향린교회와 강남향린, 들꽃향린, 섬돌향린 등 향린공동체 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용희씨를 위해 예배당을 나와 강남역사거리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일터와 삶의 터전으로부터 내몰린 이들의 고난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희헌 목사 / 향린교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고통 속에서 고립된 사람의 억울한 사연을 우선적으로 푸는 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 그것이 이제껐 인간이 쌓아온 도덕의 감각이요 정치의 목표이자 종교의 가르침입니다.”

철탑농성장 앞에서 진행된 주일예배에서 교인들은 구약성경 욥기 말씀을 나누며 고난에 처한 욥이 ‘누가 내 말을 기억하여 주었으면’ 하고 외친 절박한 심정을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자본권력에 의해 삶의 터전으로부터 내몰린 이 시대 약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녹취]
(김광회 / 선언문 낭독)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욥 19장23절)’. 우리는 그의 말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의 외침을 바위에 새기어 남도록 할 것입니다. 그가 일으키는 사건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용희 씨는 전화연결로 향린공동체와 함께 예배에 동참했습니다.

 

[녹취]
(김용희 / 삼성해고노동자, 철탑농성장에서 전화연결)
“하나님 아버지, 아흔아홉마리 양보다 잃어버린 한마리 양을 소중히 여김과 같이 노동자의 권리를 내세우다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비정규직으로 밀려나 길거리에서 눈물흘리고 있는 어린 양들이 거리거리마다 넘쳐나고 있습니다. ...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평등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김씨는 정년을 한달 앞두고 농성을 시작할 당시 철탑 위에서 삶을 포기하려고 생각했다면서, 향린공동체의 기도와 예배를 보면서 마음을 돌이켰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용희 / 삼성해고노동자, 철탑농성장에서 전화연결)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마음먹고 올라왔습니다. 정년 퇴임 끝마치고 물과 소금 다 끊고 죽으려고 마음 먹었는데, 향린교회가 매일 나와서 예배드리는 모습 보면서 제가 마음을 다시 바로 잡았습니다.”

예배를 마친뒤 김경호 목사와 의료진은 철탑위로 올라가 김용희 씨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향린공동체는 김 씨가 철탑 위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때까지 향후 릴레이 기도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장소) 향린공동체 연합예배 / 4일, 서울 강남역 8번출구 앞
(영상취재 / 정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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