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고난의 현장'에 울려 퍼진 새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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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고난의 현장'에 울려 퍼진 새벽송

  • 2019-12-25 12:13

고난함께·향린교회 등, 거리 농성 현장 6곳 찾아 희망의 메시지 전해
"마구간으로 오신 아기 예수, 오늘은 어디로 임하실지 생각해야"

성탄을 앞두고 도심 곳곳이 축제 분위기로 물든 24일 밤, 성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우리 주변 '고난의 현장'에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새벽송이 울려 퍼졌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고난함께)과 평화교회연구소, 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거리에서 농성 중인 이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찬양하며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눴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은 가장 낮은 자리인 마구간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추운 거리에서 불의에 맞서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행사로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이어져오고 있다.

올해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시작으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는 농성 현장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직접고용 촉구 현장, 강제 철거에 맞서는 구 노량진 수산시장 농성장을 방문했다.

또, 부당 해고를 알리며 25m 높이의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와 여전히 복직 투쟁 중인 콜트악기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았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 참가자들이 25m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씨를 바라보며 새벽송을 부르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다 해고당한 김용희씨의 고공농성은 오는 26일, 200일을 맞이한다. (사진=오요셉 기자)

 


고난함께 사무총장 진광수 목사는 "고난받는 이웃들에게 우리가 함께 하며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왔다" 며 "모두가 사람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 외침이 이 시대를 향해, 나라를 향해,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향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0여 명의 새벽송 참가자들은 각 현장을 돌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천사들의 노래가' 등의 찬양을 부르고, 양말과 목 토시 등 준비한 선물과 함께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남기평 목사는 "억울한 이들이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소리쳐야만 사회는 그 목소리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진다"며 "하나님께서 이들의 목소리에 함께 해달라"고 기도했다.

남 목사는 또, "고난받는 이들을 배제하는 시스템과 사회구조를 고쳐주시길 바란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연대해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톨게이트 노조원들의 농성현장을 찾은 새벽송 참가자들.(사진=오요셉 기자)

 


농성 현장의 노동자들은 새벽송 참가자들의 방문에 큰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씨는 "각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렇게 투쟁현장에 오셔서 지지해주시고 노래도 불러주셔서 힘이 난다"며 고마움을 전했고, 톨케이트 요금수납원 이용미 씨는 "많이 와주셔서 마음이 포근해지고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희씨와 함께 투쟁 중인 또 다른 삼성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재용씨는 "이렇게 농성장에 찾아와주시고 힘을 실어주시는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며 "오는 2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이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꼭 힘을 내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밤엔 향린교회도 톨게이트 노조원 농성 현장과 세종호텔 농성 현장, 김용희 씨의 고공농성 현장 등을 방문하며 장기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이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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