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숲을 만나다]① 숨골이야기

  • 2020-12-07 17:22

환상숲 곶자왈 이야기
곶자왈의 숨골은 땅이 겪은 고난의 흔적
예수 십자가로 새긴 고난의 흔적, 성령
숲에서 만난 말씀의 신비, 숨골에서 찾아

저청중앙교회 이후재목사

 

숲을 거닐면 뺄셈도 보이고 덧셈도 보입니다. 숲이 말을 걸어오면 조용히 마음을 주어야 합니다. 숲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숲은 커다란 세계로 안내합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나'와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나게 합니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더하기도하고 빼기도 합니다. 숲은 고요의 아침이자 검붉은 저녁입니다.

말씀이 내게로 옵니다. 말씀의 손을 잡으면,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를 경험합니다. 이것을 종교적인 언어로 '구원체험'이라고 합니다. 말씀은 더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입니다. 누구든지 말씀 속을 거닐 면,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신비를 경험합니다. 말씀은 구원의 숨이며 생명의 결입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848-2번지 평범한 땅 이름, 그러나 거기에서 신비로운 세계를 만납니다. 환상숲 곶자왈 이야기입니다. 중절모를 쓴 신사,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 둘이 손을 잡고 수줍은 듯 돌계단을 오릅니다. 60대 후반 부부 답지 않게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해설사로부터 곶자왈 창조이야기를 듣습니다. 낯선 이야기지만 마음 한 켠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해설사의 이야기는 원초적 생명의 세계로 끌고 들어갑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방 한계 식물과 북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이유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숨골 때문입니다.”
“숨골에서는 사시사철 15도 내외의 공기가 분출됩니다.”
“이 숲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숲은 공존입니다.”

남편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고였습니다. 그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숲이 공존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은 듣는 순간, 남편의 마음은 먼 과거로 여행을 합니다. 둘은 양가부모의 결정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결혼 초부터 부부 이음매가 뒤틀렸습니다.

불꽃같은 남자는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듯 방황했습니다. 화산이 터질수록 인생은 크고 작은 실패로 얼룩졌습니다. 인생의 울분을 견딜 수 없어 술과 함께 인생을 허비했습니다. 부부는 처음부터 남방식물과 북방식물처럼 달랐습니다. 아내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습니다. 남편의 거듭된 실패와 함께 더 차갑게 무너졌습니다. 부부의 사랑은 차가운 무덤이 되었고, 가정은 북극위에 지은 집처럼 온기를 잃었습니다. 50대 초반에 찾아온 파탄의 위기였습니다.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에게 불어서 살아나게 하라”

아이들의 등쌀에 못 이겨 처음 갔던 교회에서 들었던 첫 번째 말씀이었습니다. 말씀이 '생명의 영'이 되어 부부의 마음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불꽃같은 남편의 마음은 성령의 바람으로 따듯하게 되고, 차가운 아내의 마음을 성령의 불꽃을 따뜻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적절한 마음의 온도를 찾게 된 것입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들을 살린 것이 예수님에게서 나온 '생명의 숨결'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숲은 말씀이 되어 부부의 마음에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예수님에게서 흘러나온 생명의 숨결로 살아왔던 지난 10년을 감사하며 아내의 손을 잡은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눈물의 의미를 아는 듯 남편의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많은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환상숲 곶자왈 숨골. (사진=환상숲제공)

 


몇 만 년 전, 한라산 화산은 거대한 용암이 되어 사방으로 흘러갔습니다. 도너리 오름에서 흐른 뜨거운 용암은 땅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용암이 할퀴고 남긴 자국인 곶자왈에 생명의 숨을 내쉬는 숨골을 만들었습니다. 곶자왈의 숨골은 땅이 겪은 고난의 흔적입니다. 몇 천 년 전, 예수는 십자가로 이 땅 위에 고난의 흔적을 새겼습니다. 예수 십자가의 고난의 흔적에서 나온 '생명의 숨골'이 바로 기독교적 언어로 '성령'입니다.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성령은 '하나 되게 하는 힘'입니다. 성령의 숨결을 들이 마시면, 뜨거운 사람도 차가운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부요한 사람도, 흑인도 백인도, 천한 사람도 존귀한 사람도 공존의 그늘에서 함께 합니다. 마치 숨골을 가진 곶자왈의 숲처럼.

숲을 거닐고 있으면 말씀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뺄셈과 덧셈의 신비로움을 말씀에서 만나고, 숲에서도 만나게 됩니다. 숨골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최고의 유산입니다. 예수께서 생명의 영을 인간에서 선물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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