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추위에 급식받기 위해 줄선 노숙인들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영하의 추위에 급식받기 위해 줄선 노숙인들

  • 2020-12-18 21:03

민간 무료 급식소들 문 닫으며 공공 급식시설 의존 커져
도시락 배달 등 대안 마련에도 현실적인 어려움 커
"공공 급식소 확충 등 구조적 변화 필요"

[앵커]
코로나19 장기화로 무료 급식소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구세군 브릿지종합지원센터 등 공공 급식시설을 제외하곤 노숙인들이 제대로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노숙인들은 영하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이른 새벽,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구세군 브릿지종합지원센터를 찾은 노숙인들. 구세군브릿지센터는 본래 저녁 무료 급식을 실시했으나 주변 주민들의 민원으로 지난 2011년부터는 새벽 5시에 무료 급식을 진행해오고 있다.

 


[기자]
매서운 영하권 추위에 눈까지 내린 새벽.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구세군브릿지센터 앞에 긴 줄이 늘어섭니다.

하루 한 번,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섭니다.

[무료급식 이용자]
"다른 때는 저 뒤에까지, 저 위에까지 쭉 줄 설 때가 있어요. 꺾어지는 데 있잖아요. 거기까지."

무료급식은 200명 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혹여나 밥을 먹지 못할까 봐 2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근 곳곳의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자 영등포구와 은평구 등 멀리서 오는 이용자들도 늘었습니다.

[무료급식 이용자]
"일찍 와야 자리를 차지하거든요. 점심 저녁은 못 먹을 때도 있고, 점심 주는 데를 찾아가야죠. 못 찾으면 못 먹고 그런 거죠."

[무료급식 이용자]
"우린 여기서 구씨네 집(구세군브릿지센터)에서 밥 먹으면 없어요. 끝이에요. 다른 데는 문을 닫고 코로나 뭐 때문에.."

다수의 민간 무료 급식소들이 운영을 중단하며 공공 급식시설에 대한 의존이 커진 가운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검토되면서 노숙인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김진석(가명) / 무료급식 이용자]
" 3단계로 격상되면 이런 (공공) 급식소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인원 제한이 클 거 아니에요. 이용자 수가 줄면 절반 이상이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깐 (걱정되죠)."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설치된 구세군 브릿지센터 무료 급식 현장.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배식이 이뤄져 평소보다 2배 넘는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교회들과 일부 급식소들은 도시락 배달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자원봉사와 후원이 급감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입니다.

공공 급식 시설 확충과 임시주거시설 지원 확대 등 공공 영역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택 과장 / 구세군브릿지센터 기획상담과]
"종교단체나 일반 복지단체에서 드시던 장소가 많이 줄거나 없어지니깐 아무래도 종합지원센터나 서울시에서 위탁운영하는 급식소로 많이 몰릴 수밖에 없죠."

구세군은 "테이블마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등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다"며 노숙인이 겪는 어려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했습니다.

[김영택 과장 / 구세군브릿지센터 기획상담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노숙인들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어렵게 생활하시는 분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지원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영상편집 두민아 ]

많이 본 뉴스

      1 2 3 4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