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 속 거리 노숙인 돌보는 '유쾌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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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한파 속 거리 노숙인 돌보는 '유쾌한공동체'

  • 2021-01-06 19:16

동사 등 위급상황 방지 위해 수시로 노숙인 찾아
끊임없는 관심 속에 관계 형성..자활로 이어져
"노숙인은 우리사회 행복의 척도..부정적인 시선 대신 공감과 사랑을"

[앵커]
최근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의 유쾌한공동체는 한파 속에도 거리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쾌한공동체의 노숙인 아웃리치 현장.

 


[기자]
늦은 밤 안양 시내. 어둠과 추위를 뚫고 거리 노숙인들을 돌보기 위해 유쾌한공동체 식구들이 길을 나섭니다.

지하상가와 거리 공터, 야외 화장실을 비롯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굴다리 밑까지.

차가운 길바닥에서 홀로 밤을 보내는 노숙인들을 찾아 시내 구석 구석을 돌아다닙니다.

추위로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겨울 침낭과 도시락, 손난로, 마스크 등을 전달합니다.

[현장음]
-침낭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추워서 안돼. 침낭을 여기 밑에다 집어 넣어가지고 여기 쑥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셨죠? -네네
-내일 와서 검사 할게요. 갈게요 -고맙습니다.

사단법인 유쾌한공동체는 지난 20여 년간 자활쉼터와 무료 급식소 등을 운영하며 안양 지역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노숙인들을 방문해 관계를 형성하고 긴급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노숙인 아웃리치'는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노숙인들이 보호시설과 재활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득해 궁극적으로 이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엔 동사 등 위급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아웃리치는 수시로 진행됩니다.

[안승영 목사 / 유쾌한공동체 대표]
"응급조치 등 늘 필요한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밤이라든지 새벽이라든지 그분들을 만나고, 또 상호 간의 라포(신뢰관계)를 형성해서 본인들이 삶의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음이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도록 이런 활동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유쾌한공동체는 쉼터 운영뿐만 아니라 겨울철엔 고시원 방을 얻어 노숙인들이 잠시 동안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쾌한공동체는 "거리 노숙인은 뜻하지 않은 고난 속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며 "부정적인 시선 대신 이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회 안정망에서 벗어난 이들을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품어 줄 때 이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우리 사회의 행복도 더 커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유정 사무국장 / 유쾌한공동체]
"처음에는 거부하기도 하고 아예 무시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여러 차례 계속 포기하지 않고 찾아뵙고 하면서 마음이 통하게 되는 거죠.
최소 1,2년은 걸리는 거 같아요. 10년 이상 거부하시다가 쉼터에 입소하셔서 자활하신 분도 계시고..이 과정이 길지만 이런 변화되는 과정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한 것 같아요."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가지고 거리로 나온 노숙인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속에 조금씩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A씨 / 노숙인]
"내가 일을 못해요 왜냐하면 조금만 무거운 거 들어도 몸이 굳어가지고.. 쉼터를 가라고 하는데 혼자가 편해요. 딴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건 싫고..'어우 추운데 그래도 따뜻하게 주무셨어요?' 그 말 한마디면 전 영상 30도에요."

코로나19와 기록적인 한파 속에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최현] [영상편집 이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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