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논평] 이제 현수막의 진실을 보고 싶다 - 이상화 목사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CBS 논평] 이제 현수막의 진실을 보고 싶다 - 이상화 목사

  • 2021-04-15 14:23

 

말도 많고 탈도 많던 4월 7일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후보들이 유세를 벌이는 기간 동안 시민들은 공해라고 느껴질만큼 거리 곳곳에 설치된 많은 현수막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수막 속에는 후보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과 당선만 되면 어떻게 하든지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더 잘 사는 공동체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정책이 격문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현수막을 쳐다 볼 때마다 기록된 정책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구조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정말 진일보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천명한 약속을 남김없이 진실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당선되기를 바라며 많은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책 구호들이 적힌 현수막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프랑스 전 대통령이었던 드골이 했던 말이 떠올라 마음을 신산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한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믿을 때 오히려 그들이 놀란다."

정치하는 분들이 다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많은 정치가의 말은 그 말에 담긴 본뜻을 잘 분석하고 파악해서 일단 걸러 들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동안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것은 국민들과 시민사회를 더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했던 현란한 공적 약속들이 많은 부분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 되었고 당선 이후에는 기대하던 약속들이 소리소문없이 폐기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지방선거에 당선된 당선인들은 모두 그 누구보다 진실하게 살기 위해 더 깊이 노력하고 힘을 다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거리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 자신감을 가진 얼굴을 올려놓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이번에 당선되기 위해 천지사방에 내걸었던 모든 공적인 약속들이 그대로 이행되어 투표한 사람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고 더 나은 사회가 되어가길 희망해 봅니다.

만약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심정으로 공약을 남발했다는 판단이 들면 이제라도 빠르게 사과하고 "사실 내가 당선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공동체를 아름답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와 가슴, 입과 손과 발이 따로따로 움직이지 않고 언제나 일관성있게 움직이며 지속성을 띠는 진실한 공직자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이제 그동안 거리에서 나부꼈던 현수막의 진실과 실체를 보고 싶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된 당선인들에게 이런 기대가 무리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1 2 3 4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