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보도한 침례교 소속 성폭력 목사에 대한 교단의 징계를 촉구하는 자리에는 피해자가 직접 나와 호소했습니다.
목사에 의한 교회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좀처럼 밝히기 어려운 교회 미투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천수연 기잡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26일 서울 여의도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회관 앞에서 성폭력 가해 목사에 대한 면직,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피해자가 직접 나와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히고 침례교에 가해 목사의 징계를 촉구했다.
[기자]
가정의 가난과 학대 속에서 위로와 힘이 되었던 교회의 목사가 성폭력의 범죄자로 돌변했을 때, 피해자는 자신의 모든 울타리가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S목사 성폭력 피해자]
"그 때 저에게는 하나님이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저희 피해자들은 그 목사의 음흉하고 탐욕스러웠던 그 얼굴이 떠오르면 너무나도 두렵고 떨립니다."
피해자의 요구는 명확했습니다. 가해 목사가 소속된 교단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겁니다.
[S목사 성폭력 피해자]
“저희는 침례교 교단이 단호하고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소망합니다. 더 이상 침례교 교단에서 이런 목사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와 처벌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자신의 피해사실과 요구를 스스로 밝히기로 한 건 변화를 위한 용기였습니다.
[S목사 성폭력 피해자]
"제가 피해자지만 숨어있지 않고 나와서 내 이야기를 스스로 함으로써 제도적 마련이 빨리 시급하게 됐으면 좋겠다, 또 피해자라고 해서 숨거나 마냥 보호받아야 될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나와서 내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아서..."
성폭력 사건에서 이처럼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교회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는 범죄 사실 자체를 직시하기 보단 교회에 미칠 이미지 타격을 더 우려하는 교회 내부 문화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기가 더욱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박신원 상담팀장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교회가 그동안 성장중심적으로, 밖으로 보여지는 것을 중시해온 문화가 피해자의 목소리에 편을 들기 보다는 오히려 그 목소리를 숨기게 하는데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번 피해자의 용기있는 행동은 좀처럼 드러나기 어려운 교회 성폭력의 또 다른 고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박신원 상담팀장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교회 성폭력에서 침묵하고 있고 뒤에 숨어야만 하고 혹은 조용히 피해자가 교회를 떠나야 하는 그런 상황에 몰리는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오늘 피해생존자가 했던 목소리가 용기를 내라, 네 잘못이 아니다, 마땅히 범죄 행위를 한 그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다 라고 메시지를 줄 수 있는..."
CBS뉴스 천수연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편집 이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