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복지관 상근의사 이미경 씨…'33년 장애인 재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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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복지관 상근의사 이미경 씨…'33년 장애인 재활치료'

  • 2021-07-16 21:57

재활의학과 이미경 전문의, 33년간 장애인 재활에 헌신
"조건 때문에 의사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 인술 펼치고 싶어"
"진정한 재활, 기능적 치료 넘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세우는 것"
조기개입 모델· 치료법 도입 등 재활의학 발전에 기여
"여전히 재활 치료 인프라 부족...정부 차원에서 치료 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앵커]
의사로서의 안정된 삶 대신 장애인의 재활 치료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의사가 있습니다.

장애인 복지관의 상근의사로서 33년간 인술을 펼쳐온 이미경 씨를 오요셉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이미경 전문의는 최근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시상하는 제9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의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으로,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인류 복지 증진에 공헌한 참 의료인을 발굴해 시상한다.

 


[기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33년간 장애인들의 곁을 지켜온 재활의학과 전문의 이미경 씨.

이 씨는 조건 때문에 필요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곳에서 인술을 펼치고 싶단 신념으로 당시 불모지였던 재활의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1988년부터 장애인 복지관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상임의사를 두기 어려운 복지관 현실 속에서 이 씨는 현재까지 우리나라 유일의 복지관 상근의사입니다.

[이미경 전문의 /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의사가 꼭 필요한 분야인데 안 가는 분야가 있잖아요. 저는 꼭 그런 분야에서 의사로서 일을 하고 싶었고... 내가 하나님께 받은 것을 나누라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다 다른 달란트와 환경을 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씨는 자신의 삶이 봉사나 헌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나님께서 환경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오히려 "진정한 장애 재활치료는 단순히 기능적 치료가 아니라 장애인이 독립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라며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전인적 재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복지관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하얀색 의사 가운을 무서워하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가운도 입지 않은 채 장애인들의 친구이자 어머니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황희정 /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이용자]
"선생님이 칭찬 많이 해주셔서 좋아요. 평소에도 잘해주세요. (복지관에서 하는) 지역사회 참여 활동이 재미있어요. 이미경 선생님 사랑해요."

1980년대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료 중인 이미경 전문의의 모습. 현재 서울시립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비영리재단, 푸르메재단에서 위탁 운영중이다.

 


이 씨는 국내 장애인 재활의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발달장애 진단 시점부터 치료적 개입을 시도하는 '초영역 영유아 조기개입' 모델을 도입했고, 자폐아의 감각 장애를 개선하는 치료법과 뇌성마비 조기 진단법을 보급했습니다.

또, 장애재활 관련 도서와 비디오를 발간하고 후학 양성에도 힘썼습니다.

이 씨는 우리나라 장애 재활 치료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치료 기관과 치료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수년 씩 대기를 해야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중복 등록으로 인한 허수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경 전문의 /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는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정말 빨리 치료를 받아서 발달이 형성돼야 하는데 대기 때문에 치료를 못 받으니깐 그게 가장 안타깝죠. 전체적으로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대기에서 허수를 지워버릴 수 있단 말이에요."

3년 전 정년퇴임 한 이 씨는 여전히 촉탁의사로 복지관에 상근하며 장애인들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최승창] [영상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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