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전환기 한국기독교,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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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전환기 한국기독교,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 일으켜"

  • 2021-08-31 21:44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근대 전환기 기독교 역할 연구
종교로서의 기독교 넘어 인문학 전반에 걸친 연구
초기 기독교, 신 문물과 지식의 유입 통로
지성 구조와 인식 체계 전환하는 근본적인 의식 변화 일으켜
"'청교도 정신' 통해 기독교 윤리 강조…실질적인 삶의 변화"
"기독교 세계관에서 비롯된 행동 양식 변화, 총체적 사회 변혁으로 이어져"
"한국교회,양적 성장에만 몰두…초기 기독교의 근본적인 가치관 변화와 높은 윤리성 배제돼"

[앵커]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이 우리나라 근대 전환기 기독교의 역할을 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넘어, 기독교가 우리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오늘날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물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2018년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한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에 선정돼 <근대 전환공간의 인문학, 문화의 메타모포시스>를 주제로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와 이와 관련된 인문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21세기 한국 인문학은 과거 인문학적 본질과 가치를 어떻게 '현재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자]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이 한국의 근대 형성 과정에서의 기독교의 역할을 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9세기 개항과 식민화, 분단이라는 역사적 격변 속에서 기독교가 어떤 인간상과 사회상을 제시하고, 실질적으로 어떤 삶의 변화를 이끌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문학과 역사, 철학 등 인문학 전반에 걸친 연구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장경남 원장 /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기독교 사상이 무엇이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에 관한 것인데, 그러려면 기독교가 한국 땅에 들어오면서부터 어떤 식으로 전개됐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어떤 삶을 목표로 했을까..."

연구진들은 당시 기독교는 신 문물과 지식의 유입 통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성 구조와 인식 체계를 전환하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초기 선교사들은 근면과 성실·정직으로 대표되는 청교도 정신을 강조하며 기독교 윤리 체계를 뿌리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인 민중 계몽과 더불어 기독교 세계관에서 비롯된 행동 양식의 변화를 통해 총체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켰다는 설명입니다.

[오지석 부원장 /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새로운 문물에 대한 수용, 변용, 확산이 기독교란 매체를 통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기독교가 들어옴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의 변화가 많이 생겼고, 행동의 변화도 생겼고요. 관혼상제 의식도 기독교가 들어와 바뀌면서 생활이 바뀌고..."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개설해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자료 중 근대 시기의 의미 있는 자료들을 선별하고 DB화해 업로드 했다. 원문접근이 어려운 박물관 자료를 연구자와 대중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학술대회 및 콜로키움 개최, 지역인문학센터를 통한 인문학강좌, 소외계층 대상 인문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초기 한국 기독교가 보여준 변혁성과 윤리적 덕목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며, 오늘날 한국교회는 그 본질을 잃고 기독교 신앙의 말단만을 좇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독교가 당시 사회문화적 변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이면에 있던 근본적인 가치관의 변화와 모범이 되는 윤리성에 있는 것인데, 한국교회는 이에 대한 사유 없이 양적 성장에 몰두했고, 그 결과 맹목적인 기복신앙이 됐다는 비판입니다.

[장경남 원장 /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하지 않고 갔다, (청교도정신의) 도덕적인 삶이 우리에게도 필요했고, 그것이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여전히 유의미한 덕목인데 오늘날에는 그런 것들을 천착 안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연구가 더 깊이 있고 넓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전달이 안됐기 때문에 자꾸 말단만 좇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은 학술적 연구를 담은 연구총서 뿐만 아니라,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직접 쓴 한글 소설과 실제 학교에서 사용했던 교재를 번역해 출간하는 등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선교사들의 삶과 업적을 발굴해 다양한 신앙의 전통을 되살리는 등 학제간 연구를 통해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인문한국플러스 사업 중형과제로서 오는 2025년까지 계속됩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최현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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