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돌봄 기획보도-자살예방, 유가족 돌봄부터] ① 자살 정죄하지 않고 보듬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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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돌봄 기획보도-자살예방, 유가족 돌봄부터] ① 자살 정죄하지 않고 보듬는 노력 필요

  • 2021-09-02 19:26

자살 유가족, 일반인에 비해 자살위험도 8배 높아
자살자 한 사람이 10명에서 20명에게 영향미쳐
교회 공동체가 먼저 자살에 관해 낙인찍고 판단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자살자 한 명이 10명 이상에게 영향을 주며, 자살 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위험이 8배 높다고 말한다. 자살 유가족을 돌보는 교회 공동체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자료사진)

 

[앵커]

세계 여느 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CBS는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자살예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돌아보는 <생명·돌봄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가족의 죽음을 교회 공동체에 말하지 못하는 자살자 유가족의 고통을 생각해봤습니다. 최경배 기자입니다.

[기자]

OECD 국가들 가운데 15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한 해 약 1만 4천명, 하루에 약 40명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자살의 어두운 그림자는 계속 확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살자 유가족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자살위험이 8배나 높다고 말합니다.

서구 사회에선 자살자 한 사람이 주변사람 6명 정도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지만,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자 한 사람이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성돈 목사 / 라이프호프 대표)
“가까운 사람이 자살을 했다 그러면 소위 얘기해서 ‘방아쇠효과’라는 게 있어요. 격발작용이라고도 얘기하는데. 팽팽하게 부푼 풍선에 바늘 꽂은 것처럼, 그 위험 가운데 있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자살했다. 이 충격이 너무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거죠. 따라서 이 사람들의 위험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한 해 1만4천명이 자살한다면, 그로 인해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유가족은 적어도 14만명에서 28만명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자살자 유가족을 돌보는 것은 죽음의 연결고리를 끊고 생명을 살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교회 공동체 안에서조차 자살자 유가족들이 위로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강한 인식이 아직도 교회 안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성돈 목사 / 라이프호프 대표)
“누가 자살을 했잖아요. 그러면 정말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고 공동체가 필요한데, 그 때 교회는 싸움이 일어나요. 장례를 치러줘야 되는가 말아야 되는가, 구원을 받았는가 못받았는가, 지옥을 갔느냐 안갔느냐. 이런 걸 가지고 싸움이 일어나요. 그럼 유가족은 당연히 소외가 되는 겁니다. 교회를 떠나게 되고요. 하나님을 버리게 되는 그런 상황까지 오는거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10년 넘게 전개되면서 지금은 기독교계 안에서도 자살 문제를 단순히 죄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자 유가족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쉽게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독교인 자살 유가족의 복합비애에 관한 목회상담학적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선우문영 목사는 교회 공동체가 여전히 자살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자살에 관해 섣불리 낙인찍고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평소 교인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선우문영 목사 / 새생명교회, 뉴라이프상담센터)
“특별한 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낙인찍지만 않으면 되고. 그렇게 극단적 선택으로 먼저 간 사람 때문에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얼마나 얼마나 큰 것인지 절실하게 경험을 했잖아요. 이렇게 절실하게 경험한 사람은 나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절실한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더 살아갈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게 교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 선택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보듬어주고 유가족들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곧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먼저 교회 공동체가 자살자 유가족을 보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영상기자 / 최현·정선택, 영상편집 /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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