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의 의미 - 정종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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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논평]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의 의미 - 정종훈 교수

  • 2023-05-28 17:21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인권과 민주화를 외치며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예언자적인 목회자들을 정치 목사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났고, 각 사람은 그 권세들에 대해서 복종해야 함을 성경(로마서 13:1-2)이 가르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들은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것으로써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찬기도회를 개최해서 권력자들을 축복했고, 때로는 권력자들과의 친근함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얻어냈습니다.

성경에서 앞뒤 문맥을 자르고,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처럼 특정 부분만 인용하면, 아전인수의 성경 해석이 되어서 본래 의미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오히려 악한 일에 권세를 사용하거나,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일하지 않는 권세 잡은 자에 대해서는 복종하기는커녕 저항할 것을 문맥 전체로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씀을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사회적 정의와 민주, 평화 질서를 수호하는 국가권력에 대해서만 복종하라는 가르침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이는 어떤 성격의 국가권력이든 무조건 정당하다는 것을 보증하는 명령이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요즈음 한국교계 상황을 보면, 성경의 가르침이 뒤죽박죽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태극기를 들고 자유를 운운하는 일부 목회자들은 직전 민주당 정권을 '빨갱이', '친북좌파', 또는 '주사파'가 잡은 정권이라 칭하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에 그들은 현재의 보수정권을 만드는데 기여했음을 은근히 자랑하며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합니다.

하나님의 관심사인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불의한 정책과 부정부패 불공정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그들은 자기 모순된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성경 말씀과 복음을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보수정권이냐 진보정권이냐에 따라서 말과 행동 또는 비판의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거나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입니다.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을 구분하기 전에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고 있느냐, 아니면 방해하고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고 있느냐, 아니면 소수 특권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느냐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국민을 섬기는 일과 보편선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권력자들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느냐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만일 인권을 침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며, 공존 공생 공영과 공정 공평을 부정하는 정권이라면,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저항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얼마 전 취임 1주년을 보낸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을 보면, 법과 원칙을 임의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자기 측근에 대해서는 큰 죄를 범해도 무한히 관대하고, 상대편에 대해서는 작은 죄라도 과장해서 처리합니다.

역사를 가해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의 피맺힌 호소를 외면합니다.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일할만한 노동환경과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억압합니다. 선거 당시 공약했던 것들을 설명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은 채로 폐기합니다.

지금은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권세를 오용하는 권력자와 세력들에게 강력히 저항하며 감독해야 할 때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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