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총회 재판국이 오늘(16일) 총회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서울동남노회 선거무효 소송 등 사건을 심리했다. 동남노회 소송을 다루는 회의는 지난 달 19일 첫 회의에 이어 한 달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서울동남노회 건은 오후 2시부터 원고와 피고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앞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지연돼 재판국은 오후 2시 55분이 다돼서야 양측을 불러 변론을 시작했다.
원고 측에는 소를 제기한 김수원 목사(전 동남노회 부노회장, 노회정상화비대위원장)와 변호인 자격으로 최규희 목사가 출석했고, 피고 측에는 전 선거관리위원장인 김충수 목사와 현 선거관리위원장인 이대희 목사, 이들의 변호를 맡은 김재복 변호사가 배석했다. 김재복 변호사는 명성교회 장로다.
◇ 노회규칙 개정절차 없이 노회원 결의로만 바꿀 수 있다?비공개로 진행된 양측의 변론은 1시간 20여분 만에 끝났다. 재판국 회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 질문에 피고 측 출석자들은 빠르게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노회 선거 무효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노회의 규칙을 결의로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동남노회는 노회장 선거를 하지 않고 부노회장이 노회장을 자동 승계하는 것으로 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 노회장 선거의 정치적 다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노회 규칙을 개정할 때는 재석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동남노회는 규칙 개정절차 없이 부노회장에 대한 불신임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또 하나는 선거 당시의 정족수 논란이다. 지난 해 10월 24일 노회장 선출을 놓고 논쟁이 어이지면서 서울동남노회는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다. 원고 측은 당시 녹화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오후 4시 20분 정회선언 후에 속회 선언 없이 회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후 김수원 목사에 대한 노회장 불신임을 투표에 부치기로 하면서 이에 반발해 회의장을 빠져나온 이들을 회의 참석자로 볼 것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된 것이다.
변론을 마치고 나온 김수원 목사는 이번 재판이 명성교회 세습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재판국원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는 “피고측 변호인이 피고를 대변하기 보다는 명성교회의 입장을 대변한 것 같다고 말하자, 재판국에서도 명성교회 건이 연루된 사안으로 인정했다”면서 이번 선거무효 소송이 노회만이 아니라 명성교회 문제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재판국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 목사는 “재판국이 법리해석을 분명하게 바르게 함으로써, 노회를 살리고, 총회를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명성교회를 살리게 된다”며 총회 재판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한 통합총회 재판국의 3차 회의가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 양측은 변론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서면으로 재판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 세반연 등 세습반대 피켓시위.. 명성 세습지지 측과 일부 충돌
재판국 회의가 열린 예장통합총회회관인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는 세습반대운동연대와평신도행동연대, 신학생들이 나와 ‘교회세습 NO' 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총회의 공의로운 재판을 호소했다.
또 '명성교회의 세습을 반대한다’ ‘총회의 공의로운 판단으로 교회의 명성을 바로 세워 달라' 등 세습반대 1인 시위를 벌인 시위자들의 글 수십 장이 회의장 복도 벽면에 덮여 있었다.
변론이 예정보다 1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세습반대 측과 현 동남노회 관계자 사이에 충돌도 빚어졌다.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장인 남삼욱 목사는 세습반대 벽보를 불법이라면서 떼어내다가 이를 막던 세반연 측 회원들과 언성을 높이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한편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한 신학생연대는 이번 총회재판에서 판결이 나지 않은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명성교회의 불법적 세습 사태는 촌각을 다투는 사안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김하나 목사가 교회에서 입지를 굳혀갈 것”이라면서 신속하게 총회가 응답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