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화가 되기 전 우리 사회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엄혹하던 시절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1988년 2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선언’, 이른바 ‘88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88선언 30주년을 맞아 ‘평화를 심고 희망을 선포하다’란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최경배 기잡니다.
[기자]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적대적인 목소리만 내던 시절, 한국 교회는 누구보다 먼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외쳤습니다.
1988년 2월 29일에 발표된 ‘88선언’은 반공주의를 극복하고 남북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88선언’은 자주와 평화, 민족 대단결, 인도주의, 민의 참여 등 평화통일 5원칙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는데, 이는 노태우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에 상당부분 반영돼 오늘날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88선언’ 30주년을 기념해 ‘평화를 심고 희망을 선포하다’란 주제로 사흘 간의 일정으로 국제협의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세계교회협의회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 아시아교회협의회 등 해외 교계 지도자 40여 명과 국내 교계 지도자 80여명이 참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노력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평화를 위한 과제를 논의합니다.
개회예배에선 지난해 광복절에 남북 교회가 함께 발표한 공동기도문을 낭독하며 분단된 한반도에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손길이 임하길 기원했습니다.
[녹취]
최애지 /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 남북공동기도문 낭독
“우리는 지난 72년 동안 하나 되는 꿈을 꾸었지만, 속마음과 달리 서로 등지고 원수처럼 살아왔습니다. 사랑하는 식구들이 나뉜 채 살아가며, 다른 체제와 이념으로 분단의 담을 높이 쌓았습니다. 주님, 이 민족의 역사에 거룩하신 두 손으로 개입하시길 원합니다.”
참석자들은 예배에 이어 진행된 세대 간 대담을 통해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부터 민주화 이후 출생한 세대까지 분단에 대한 각 세대의 생각을 경청했습니다.
그리고 제주 4.3 피해자와 간첩조작 사건에 내몰린 탈북민,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증언을 들으며 남북 분단이 가져다준 고통을 주목했습니다.
제주 4.3 피해자 고완순 씨는 해방 후 남한에 단독정부를 세우는 것에 대해 제주도 내에서 반대 움직임이 있자 미군정이 민간인을 학살했고, 당시 9살이던 자신도 학살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고완순 선생 / 제주 4.3 피해자
“사람들을 횡대로 앉혀서 다 쏘아 죽였는데. 땅바닥을 쳐다보니까. 땅이 진갈색이어야 하는데 검은색이 나서 흙빛이 피로 물들었어요. 땅이 다 물들어서 해가 구름에 가리웠다가 반짝하면 그릇에 물담으면 살얼음 얼지 않습니까. 피가 얼어서 반짝반짝 살얼음처럼 빛이 났어요”
기상악화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WCC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는 발제문을 통해 한반도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핵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가 가야할 유일한 길은 대화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피터 푸루브 / WCC 국제위원회 국장, WCC 총무 원고 대독
“나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경로는 이러한 재앙(핵전쟁)의 가능성을 줄일 모든 수단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화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대화는 화해 사역의 첫번째 임무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냉전과 분단,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평화를 증진시켜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녹취]
이홍정 목사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우리는 평화 조약을 통해 전쟁 상태의 중단, 평화 국축과 유지수단, 상호 주권에 대한 존중, 불가침 조약, 비핵과 과정, 독북아시아 민중의 생명 안보 보장을 위한 조항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민중의 한반도 치유와 화해, 통일을 위한 노력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풍부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교회협의회는 88선언 30주년을 계기로 미국 교회와 시민사회, WCC 등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쟁반대와 평화조약 성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장소)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 5일~7일, 서울 동대문 라마다호텔
(영상취재 / 정용현, 최내호(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