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은 무려 3만 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우리의 아픈 역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제주교회협의회가 역사의 현장을 순례하는 평화기행을 진행했다.
제주시 의귀리에 있는 헌의합장묘. 이곳에서도 주민 학살이 일어났다.
넓은 공터에 무덤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그 앞에는 헌의합장묘라고 쓰인 비석이 마치 대장군처럼 무덤 세 개를 지키고 있다.
헌의합장묘가 있는 곳은 제주 의귀리. 의귀리는 제주 4·3 당시 주민 80여 명이 집단학살 당한 장소다. 의귀초등학교에 주둔했던 군인들이 주민을 학살하고 흙만 대충 덮어놓은 채 방치했던 시신들을 묻어 놓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이곳을 찾은 평화기행 순례단은 70년 전의 학살 현장을 돌아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돌아봤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섯알오름 학살터. 이곳은 1944년 말 일본군이 알뜨르 지역을 군사 요새화 하는 과정에서 만든 폭탄 창고 터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미군에 의해 폭파됐는데, 이때 오름의 절반이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큰 구덩이에서 학살이 이뤄졌다. 2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집단 총살을 당했던 비극의 장소다.
평화기행 순례단의 해설을 맡은 송영섭 목사(제주 서림교회)는 "200여 구의 시신이 수 십 날 수 많은 날동안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동안 함께 썩고 있어서 나중에 오니까 마치 시신이 멸치젓을 담근 것처럼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 4·3은 7년 여 동안 제주 전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제주 4·3의 학살은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 했다.
2000년에 제주 4·3 특별법이 공포되고, 2003년 10월 진상보고서가 정부에 의해 정식 채택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진상 규명의 길이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처럼 우리의 아픈 역사인 제주 4·3을 기억해내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평화기행을 시작했다.
지난 9년 동안 평화기행을 해온 제주교회협의회와 함께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제주 4·3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홍정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분단과 냉전의 구조적 폭력에 의해서 철저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이 바로 제주도민"이라며 "이 분단의 상처를 어떻게 치료하고 화해하느냐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의회는 조만간 회원교단 교단장들과 다시 제주 4·3 현장을 찾는 등 4·3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