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기독교 부활예배가 ‘평화가 있기를!’이란 주제로 3월 31일(토) 밤 11시 서울 남산공원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초대교회가 3세기 경부터 드려온 예배전통을 따라 올해 부활예배를 준비했다. 초대교회는 예수님께서 죽으신 금요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인 토요일 저녁까지 모든 빛을 소등하고 예수님과 같이 무덤에 머무는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자정을 즈음해 부활예배를 드렸다.
교회협의회는 지하무덤에서 온전한 부활을 열망했던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처럼 사회적 역사적 고통의 자리에서 부활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올해 부활예배를 남산공원에서 드렸다. 남산공원은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의 상징인 조선신궁이 있었던 곳이자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아픈 흔적이 새겨진 곳이다. 남산공원은 한국교회의 부활절연합예배가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부활예배는 주민교회 이훈삼 목사의 집례로 ‘빛의 예전’, ‘말씀의 예전’, ‘세례의 갱신’, 그리고 ‘성찬의 예전’과 ‘위탁과 파송’의 순서로 진행됐다. 각 예배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에서 시작해 조선신궁 터, 신사를 오르는 옛 계단, 남산야외음악당 터로 자리를 옮기며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어둠 속에서 부활의 촛불을 밝히며 주님의 부활을 믿는 이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평화가 임하길 기도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이들, 세월호 참사로 아파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활의 새빛을 비춰달라고 간구했다.
조선신궁 터에서 진행된 ‘말씀의 예전’에서는 일제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1919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독립을 선언했던 민족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했다. 경동교회 채수일 목사는 설교에서 “예수께서 죽은지 사흘째 되던 날 새벽에 향료를 가지고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이 예수의 부활을 사람들에게 전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면서 “부활을 증거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말했다.
채 목사는 “성서는 육신의 죽음보다 죄에 사로잡힌 삶으로서의 죽음을 주목한다”면서 전쟁과 테러, 빈부격차 등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죄의 모습들을 언급했다. 채 목사는 “살아있지만 이미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죽은 것 같으나 살아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부활신앙을 가진 사람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세례 받을 때 바쳤던 헌신의 기도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서약으로 평화의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우리민족이 분단과 냉전의 질곡에서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는 때에 그리스도인들이 치유와 화해, 평화공동체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부활예배는 결단의 시간을 통해 ‘2018년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올해 부활절 공동기도문에서 “예수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 민족도 부활하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남 북 교회는 “우리 민족의 부활은 조국통일”이라면서 “모처럼만에 이 땅에 찾아 온 평화의 기운을 살려,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