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부활절예배는 지난 1일에 드려졌지만, 한국정교회는 한 주 늦게 부활절예배를 드렸습니다.
카톨릭과 개신교가 그레고리력 달력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다른 날짜만큼이나 예배의 형태도 사뭇 달랐습니다.
초대 교회 부활절 예배의 원형을 잘 보여주는 정교회의 부활절 예배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유영혁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정교회 성도들이 하나 둘 성당으로 모입니다. 예수가 부활하기 전 토요일 밤. 정교회의 부활절 예배는 이 때부터 시작됩니다.
성당은 캄캄한 어둠 속에 깊게 잠겼습니다. 이 어둠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뒤 장사 된 무덤 안을 상징합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사제는 양손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촛불을 밝힙니다.
그리고 부활의 빛은 성도들에게 전해집니다.
촛불을 든 성도들은 성당 밖으로 나아가 온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고 그 기쁨을 소리내어 찬양합니다.
[현장음]
“예수께서 부활하셨네 죽음으로 죽음을 멸하시고 무덤에 있는 자들에게 생명을 베푸셨나이다”
설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개신교 예배와 달리 정교회의 부활절 예배는 예전을 중심으로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긴 예배시간 동안 성도들은 사제의 선창에 맞춰 기도문을 낭독하고 성가를 부르며 예배에 참여합니다.
정교회가 개신교나 천주교와 달리 한 주 늦게 부활절 예배를 드리는 것은 교회 분열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325년 니케아공의회 이후 하나의 교회였던 기독교는 11세기경 교리논쟁과 교권다툼으로 서방가톨릭과 동방정교회로 분리됐습니다.
이후 16세기경 서방가톨릭 교황이었던 그레고리우스는 기존에 사용해오던 달력에 천문학적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기존 날짜에서 열흘을 건너 뛴 새로운 달력을 반포합니다.
이 때부터 동방정교회는 오랫동안 사용해 온 율리우스력을 서방가톨릭은 그레고리력을 사용해 왔습니다.
[인터뷰]
조성암 대주교 / 한국정교회
“11세기 때부터 교회가 분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방과 동방교회로, 천주교와 정교회로 분열돼있기 때문에 서방교회의 상황을 동방교회가 공유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부활절 날짜가 다른 것은 전적으로 천문학적 문제이지 신앙이나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조성암 대주교 / 한국정교회
“부활절 날짜가 다르고 각각 다른 달력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어떤 신앙이나 믿음이나 교의적 사안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천문학적인 문제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날을 부활절로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언젠가는 공통으로 같은 날 부활절 축일을 지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개신교와 달리 초대 교회의 예배 형태를 잘 보존해 온 정교회의 부활절예배는 다소 낯선 감이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예배의 감격은 동일했습니다.
(장소) 한국정교회 부활절예배 / 지난 7일~8일, 서울 공덕동 한국정교회 성니콜라스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