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사회가 역사적인 평화의 현장으로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념 논쟁을 겪어 온 우리 사회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입장마저 진보와 보수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제각기 활동해 온 기독교계 통일운동 단체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통일과 선교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경배 기자가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들어봤습니다.
[기자]
6.25 전쟁을 겪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 등지고 살아왔습니다.
특히 교회는 공산정권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은 아픈 역사로 인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 안에 존재하는 좌우 대립을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제각기 활동해 온 기독교 통일운동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급변하는 남북 관계 속에서 교회가 평화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되겠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진보 단체의 첫만남은 서로의 생각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강철호 목사는 대한민국의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진보진영이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을 전하며, 남북정상회담을 반길 수만은 없는 탈북민들의 심정을 대변했습니다.
[녹취]
강철호 목사 / 북한기독교총연합회
“그런데 왜 저들은 북한인권과 그리고 탈북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지 못하는가? 여기서 조금 제가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보수가 좋아서 보수가 된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도 (보수가) 북한인권에 대해서 많이 외쳐줬다는 겁니다.”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만들어진 평화에 예수 그리스도가 없다면 이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며, 자유로운 복음 전도가 가능한 평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용희 교수 / 에스더기도운동
“우리가 평화, 평화 운운할 때 그 가운데 꼭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복음이 자유롭게 편만하게 북한 땅에 펼쳐갈 수 있는 평화가 되도록 우리는 정말 깨어 기도하며 우리가 총력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배기찬 이사는 보수진영이 자신을 종북인사로 규정한 가짜뉴스를 SNS에 퍼나르며 공격해,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배 이사는 한국교회에 거짓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며 평화와 통일에 앞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배기찬 이사 / 통일코리아협동조합
“한국사회에서 공산주의로, 종북으로,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아십니까. 옛날에는 그것으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죽였어요. 저는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될 것은 사실과 진실과 그 진리에 서는 것이라고 봐요.”
평화통일연대 이근복 목사는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습니다.
탈북민들에게 민감한 사안인 북한 정권과도 화해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근복 목사 / 평화통일연대
“용서와 화해에 대한 우리가 분명한 인식이 없으면 그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민족적 차원에서 (평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지금 현 세력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이런 것도 우리가 미리 연구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남북 평화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좌우로 나뉘었던 기독교계 통일운동 단체들도 서로의 생각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장소) 통일선교 광장포럼 /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영상취재) 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