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폐허가 된 예멘. 아난은 비록 폐허가 된 고향이지만 사진을 보며 내전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
[앵커]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짜 난민, 무슬림 등의 단어가 이들에 대한 공포심을 키우는 측면이 있는데요.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사정 때문에 머나 먼 한국까지 왔을까요. 이승규 기자가 제주 현지에서 예멘 난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인터뷰를 하던 아난이 예멘에 남아 있는 가족들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립니다. 아난은 한창 내전 중인 예멘에 아내와 두 명의 딸, 한 명의 아들을 남겨두고 도망치듯 예멘을 빠져 나왔습니다.
아난이 예멘에 남아 있을 경우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끌려가 예멘 내전에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이윱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족사진을 꺼내보며,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는 아난. 아난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버리지 말고 도와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인터뷰]아난 / 예멘 난민
"우리가 예멘으로 돌아가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길 희망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매우 유명하고 좋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이 인간애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50여 명의 예멘난민들이 모여 있는 제주 이주민센터에서 만난 마지드는 올해 1월 예멘을 빠져 나왔습니다.
IT 업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예멘 인권센터에서 활동가로도 일했지만, 오랜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마지드의 고향은 지난 2004년부터 내전이 시작돼 폐허가 된 지 오래. 가족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마지드는 예멘을 탈출한 뒤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머물렀지만, 말레이시아는 난민 협약국이 아니어서 제주도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드는 자신들은 전쟁을 피해 살고 싶어 온 사람들이라며, 가짜 난민이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인터뷰] 마지드 / 예멘 난민
"우리가 언제 위험에서 벗어나 난민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죽은 뒤에나(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도 한국사람을 경험해본 적이 없고, 한국사람들 역시 우리를 경험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에 대해 모두 아는 것처럼 말할까요."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꿈을 매일 꾸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하는 마지드는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제주에서 만난 예멘 난민들은 자신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더욱 행동과 말을 조심하자는 다짐을 예멘 난민 커뮤니티에서 나누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과 폭력이 싫어 예멘을 빠져 나왔는데, 한국에서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인터뷰]마지드 / 예멘 난민
"우리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나빴다면 우리는 나라를 위해 싸웠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망치려고 애썼습니다. 단지 우리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음을 당해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예멘 난민들은 말레이시아에 3만 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살고 있지만, 큰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CBS 뉴스 이승규입니다.
영상 취재 최현 영상 편집 전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