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으로 사망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빈소에는 애도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에서도 고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글의 넘쳐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기독교계 인사들은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서민의 아이콘이자 노동자의 희망으로 불렸던 노회찬 의원의 투신 사망 소식에 교계인사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24일 페이스북에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라는 글을 올렸다. 김동호 목사는 이 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의원이 정당하지 못한 돈 4,000만원을 받은 것 때문에도 힘드셨겠지만 그것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때 자기도 모르게 아니라고 거짓말 한 게 더더욱 힘드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호 목사는 이어 "그런 면에서는 불의하고 악한 자들이 체질적으로 강한데 그 것은 얼굴이 두껍고 뻔뻔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이런 정도의 일로는 죽지 않는다. 절대로.."라고 적었다.
김 목사는 또 다윗의 예를 들어 밧세바와 동침하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그의 남편 우리아를 비열한 방법으로 죽인 것이 나단 선지자에 의해 드러났을 때 다윗의 수치스러움은 그 어떤 역경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다윗은 치명적인 역경과 그 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수치 속에서도 그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을 붙잡음으로 결국 승리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 문장에서 "참으로 아까운 정치인 한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다윗처럼 견뎌내 주시지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도 24일 페이스북에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음을 보면서 그가 보기 드물게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정직한 정치인이었음을 느꼈다"면서 "그래서 아쉬움이 컸다"고 적었다.
유기성 목사는 또 "그의 자살 동기가 무엇인지,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는 수치를 아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면서 "자신의 죄로 인한 무게를 누구 보다 크게 느낀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유 목사는 이어 "그에게는 불의한 세상을 향한 거룩한 의분이 있었고 나라와 사회가 옳고 정의롭기를 갈망했으며, 스스로도 의롭게, 지도자답게 살려고 애를 쓴 사람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며, 자신도 죄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자인지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누구에게나 속죄의 복음이 필요하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 아니면 죄에서 구원받을 길이 없다. 교육도 정치도 혁명도 종교도 우리를 죄에서 구원할 수 없다. 그러나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죄인도 살 길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유기성 목사의 글을 접한 서울신학대학교 이신건 은퇴교수(조직신학)는 "그의 자살은 단순히 죄책감 때문에만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면 유 목사는 그의 자살을 더 심층적으로 해석하거나 열린 자세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예수님처럼, 그리고 인류사에서 자주 일어난 남을 위한 자발적이고 희생적인 자살에 대해서는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하다"고 "예수님은 남을 위해 그렇게 죽어도, 우리는 그렇게 죽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모든 타살이 다 나쁜 것이 아니듯이, 모든 자살도 다 나쁜 것이 아니"라면서 "삶보다 죽음은 더 무겁고, 더 신비하지 않은가? 오늘은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하다"고 밝혔다.
또 자살예방 활동을 해 온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회에서 자살예방포럼을 하고 있는 중에 노회찬 의원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서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진보의 대중적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네요"라면서 "좀 더 정정당당하게 맞서고 부족한 면이 있다면 소명하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용기가 부족했나 봅니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박충구 감리교신학대학교 명예교수는 "예수도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죽었고, 소크라테스도 죽을 것을 알고 죽었다. 그들은 역사 앞에서 자신이 할 일이 죽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면서 "존엄한 삶과 품위있는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조야한('상스럽고 천한' 뜻:편집자주) 평가로 자신보다 훨씬 고귀한 삶을 살아간 이에게 욕을 돌리는 경박한 기독교인을 보면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나는 고인이 자신의 죽음으로 남긴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 자의든 타의든 더 할 수 없게 되어 우리에게 부탁하고 먼저 떠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그가 떠난 세상 갑자기 텅 빈 것 같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노무현에 이어 노회찬,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