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인간다운 삶과 노동할 권리를 외치며 75m 높이의 굴뚝으로 올라간 파인텍 노동자들을 기억하십니까?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오늘로 1년을 맞이했는데요. 종교계도 조속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양천구의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 발전소 굴뚝.
높이 75m의 이 굴뚝에서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씨와 박준호씨는 1년째 고공농성 중입니다.
파산한 한국합섬의 노동자였던 이들은 회사를 인수한 스타플렉스 사로부터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받았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벌써 두 번째 고공농성입니다.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플렉스 사가 2년도 채 되지 않아 2013년 일방적으로 공장 문을 닫자 노동자들은 408일간의 1차 고공농성 끝에 고용과 단체협약 등의 승계를 약속받았습니다.
하지만 파인텍이란 이름의 새로운 일터에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낮은 임금을 받던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다시 굴뚝 위로 올라가 부당한 현실을 사회에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혹독한 지난해 겨울을 보내고 또다시 겨울을 앞두고 있지만 사측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박준호 사무장 /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사가 합의한) 그 약속을 지키라고 저희들이 계속 이렇게 투쟁을 하는 것인데, 문제해결을 하려고 하면 당연히 스타플렉스 사장이 나와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되고 해야 하는 건데 일체 그런 게 없다 보니깐 답답한 면이 많은 거죠."
굴뚝 밑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동료들은 갈수록 쇠약해져 가는 굴뚝위 노동자들을 염려하며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차광호 지회장 /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백반증 같은 피부질환까지 생기고 있는 그런 현실이지만 오늘부터 지금 이 시간부터 다시 시작이란 마음을 가지고 다섯 명의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종교계도 파인텍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지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째 겨울이 오기 전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사측이 단 한번의 접촉이나 교섭 제의를 하지 않았던 점을 규탄하고, 국민과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장음]
"노동자들이 또 한 번의 살인적인 겨울을 굴뚝 위에서 맞이하지 않도록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종교계가 12일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입주한 CBS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문제에 교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남재영 목사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
"정말 사마리아 사람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그들의 고통을 품어야 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기도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의 논리 속에 외면당한 우리 이웃은 75m 굴뚝에서 어느덧 두 번째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CBS 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