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시간, 한국교회 성도들의 일본 순교지 순례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일본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의 정신이 깃든 순교지들을 오요셉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나가사키현 오무라 시 남쪽 작은 언덕에 있는 스즈타 감옥터.
대나무를 마치 새장처럼 엮어 만들었다는 스즈타 감옥은 1613년 금교령 이후 35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수감된 감옥입니다.
일본 오무라시에 위치한 스즈타 감옥터.
[스탠딩]
이곳이 외국인 선교사를 비롯해 그리스도인들이 수감됐던 스즈타 감옥터입니다. 6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에 많게는 33명이 한꺼번에 수용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수감됐던 스피노라 신부의 서신에 따르면, 수감된 그리스도인들은 눕거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한 채, 눈과 비, 혹독한 추위를 그대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옥에선 기쁨의 찬양이 흘러 넘쳤다고 합니다.
또, 아리조와 코사쿠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인이 수감자들에게 몰래 식량을 넣어주다 발각돼 붙잡혔고, 그들도 모진 고문 속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 함께 처형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무라 영내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의 피가 흐른 곳은 호쿠바루 처형장입니다.
귀가 잘린 채 1천 킬로미터를 끌려온 131명의 순교자들은 이곳에서 4열로 줄을 지어 무릎을 꿇은 채, 차례로 참수형을 당했습니다.
처형 당시 아무도 소리 내어 울거나 한 마디의 신음소리도 내지 않고 묵묵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집니다.
참수 당한 순교자들의 머리는 소금에 절여진 채 20여 일 동안 전시된 후 매장됐고, 몸체는 머리 무덤과 멀리 떨어진 대나무 숲에 묻혔습니다.
순교자들의 몸과 머리를 함께 묻으면 그들이 부활할 것이라고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참수당한 순교자들의 머리가 묻힌 머리 무덤.
몸체는 매장 후 3일 만에 다시 파내져 오무라 만에 던져졌고, 지금은 몸체 무덤 기념비만 세워져 있습니다.
[인터뷰]
최수경 / 빛의 자녀들 교회
"그 당시 순교하셨던 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일상의 작은 것 하나 하나님께 내어드리지 못하고 있는 제가 많이 생각나서 그게 굉장히 회개가 돼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이처럼 모진 박해 속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킨 일본 기독교인들의 순교의 역사와 흔적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숨어 지내며 신앙 공동체를 유지했던 구로시마 섬을 비롯해 모두 10곳의 취락지역과 히라 성터, 오우라 천주당입니다.
나가사키 현 관계자들은 일본 순교지 순례길을 개척해 그 가치를 일깨워준 CBS에 고마움을 전하며 업무협약을 통해 일본 순교지 순례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인터뷰]
나카시마 마사미 / 사세보시 관광협회 부사장
"일본 구루시마에는 기독교 박해를 피해 도망하신 분들의 긴 역사가 있습니다. CBS가 이런 점을 널리 알려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런 역사를 세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게 생각합니다.
[스탠딩]
모진 박해와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았던 일본의 그리스도인들. 그들이 흘린 피로써 일본 선교의 새 막이 오르길 기도합니다. 일본 사세보에서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이우권 서강현] [영상편집 조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