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성범죄의 어두운 실상이 드러나며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교회 역시 목회자들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교회의 여성억압적인 문화와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목회자의 성범죄가 한국교회의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교회 내 가부장제적 구조와 문화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신학자 10명은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신학적으로 진단한 책,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 를 공동 저술하고 교회의 성문제를 돌아봤습니다.
29일 서울 역삼동 기독인문학연구원에서 열린 저자 초청 북토크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
저자들은 목회자의 성범죄를 단순히 개인적 일탈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회차원의 메커니즘 문제로 접근해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헌법과 정치,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보호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오늘날 교회의 가부장제적인 구조가 교회 내 성범죄를 야기하고, 이를 은폐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녹취]
강호숙 박사 /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목사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당회, 노회, 총회 모두가 다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다는 거예요. 성인지 감수성이라든지 젠더 감수성이 노회에 하나도 작동이 안 되고, 교회 헌법, 정치, 설교, 교육, 축도권, 상담, 심방에 구멍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도 여성들에게 보호가 안되는 구조에요. 교회 구조가."
이들은 목회자들의 성범죄를 윤리적 연약함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문자적 성경읽기에서 비롯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인식론적 왜곡을 바로잡아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성기문 소장 / 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
"(구약성서 속) 당시 상황이 갖고 있었던 폭력이나 여성에 대한 성적 징벌이 허용되었던 시대라고 하는 문화적인 이해를 갖고, 문학적인 측면에서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우리가 고려해야 하고요."
남성중심적이고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는 시대에 맞는 신학의 재해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나 깔뱅과 같은 경우, 당시의 시대정신을 뛰어넘는 진보적인 여성관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시대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재해석 없이 그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성철 박사 /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그들의 진보성을 그 시대 속에서 발견해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시대 속에서 진보적 여성관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거든요. 그게 진정으로 가부장제적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가장 근본적인 방법인데, 500년 전 세계관 속에서 진보적 여성관이라고 하는 것을 문자 그대로 21세기에도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죠."
이들은 또, 성은 우리 육체의 문제이고 이는 곧 부활신앙과 연결된,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과 잘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교회 내에 성에 대한 신학적 담론과 대화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건전한 성신학을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의사결정기기구인 당회와 노회, 총회 등에서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등 하나된 교회로서의 유기체성을 회복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목회자의 성범죄가 확인되면 그 즉시 목회활동을 제한하는 등 교단차원에서 성폭력 대응매뉴얼을 만들 것을 제시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