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날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동포들은 대부분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또 일제의 수탈을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우리 민족입니다.
하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한민족이란 정체성은 점점 약해져가고 정서적 거리감은 멀어져 가는데요.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공헌사업을 펼쳐온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중국의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민족의 뿌리를 일깨우기 위한 홈타민컵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중국 하얼빈 현장을 오요셉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안중근 의사의 정신이 깃든 중국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
이곳에서 흥겨운 가락의 우리말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한편에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생동감 넘치는 표현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조선족 어린이들이 우리말과 글로 노래와 이야기, 글짓기, 피아노 부문에서 실력을 겨루는 '홈타민컵 조선족 어린이 방송문화 축제' 현장입니다.
중국 하얼빈 시에서 열린 제15회 홈타민컵 조선족 어린이 방송문화 축제.(사진=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사회 공헌사업을 펼쳐온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홈타민컵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점차 우리말을 잊어가는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민족의 뿌리를 상기시키고,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를 전승하기 위해섭니다.
또, 조선족 어린이들이 대회를 통해 더 큰 꿈을 품고 성장해, 한국과 중국의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식 전무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여기를 거쳐 간 학생들이 나중에 중국의 리더가 됐을 때 한국을 충분히 이해하고 우호 관계가 더욱 돈독히 되기를, 이 학생들이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지난 18년 동안 1만 5천 명이 넘는 조선족 어린이들이 참가해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았고, 민족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성인이 된 대회 초기 참가자들은 명문 대학에 진학하거나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홈타민컵에서 수상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참가 어린이들은 "홈타민컵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며 "우리말을 더 사랑하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주성하 10세 / 홈타민컵 참가자
"우리말 우리글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우리말 지킴이가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김나연 12세 / 홈타민컵 참가자
"우리말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참 자랑스러워요. 우리글이 있다는 게 저는 정말 자랑스러워요."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의미 있는 행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인터뷰]
한미화 / 홈타민컵 참가자 지도교사
"대부분 조선족들도 한족 학교로 많이 가게 되면서 우리글이 많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우리글 우리말을 지켜가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민족의 얼을 지켜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이야기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김지예 학생은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앞으로 우리말을 열심히 공부해 아나운서, 가수, 교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인터뷰]
김지예 / 홈타민컵 이야기부문 금상
"저는 집에서 우리말 책을 더 많이 봅니다. 앞으로도 우리말 책을 더 많이 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말을 더 사랑하겠습니다."
한편,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중국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발굴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엔 유동하 의사와 마하도 의사의 후손들을 초청해 감사패와 격려금을 전달했습니다.
감사장과 격려금을 받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왼쪽부터 유동하 의사 후손 대표 이상예, 유나이티드제약 김태식 전무, 마하도 의사 후손 로미향).(사진=한국유나이티드제약)
[인터뷰]
이미란 목사 / 유동하 의사 후손
"유동하 의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았어요. 가족으로서도 후손들로서도 어떨 때는 잊을 거 같았는데 저희 후손들을 찾아주시고 상장까지 주셔서 너무 감격스럽고 행복했습니다."
대회 관계자들은 역사를 기억하며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에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길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허룡호 국장 / 흑룡강조선어방송국
"(조선족들은) 이 고장에선 소수민족이 되고 한국에 가도 역시 이방인 취급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거리감들을 좀 줄이고, 한국 분들이 중국에 사는 동포들을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탠딩]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홈타민컵은 중국 조선족 아이들에게 우리는 한민족이란 정체성과 함께 새로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중국 하얼빈에서 CBS 뉴스 오요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