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목회자들이 지난 8월과 10월, 통일교로 알려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행사에 동원 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오는 28일 미국에서 진행되는 통일교 축복식 행사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소속 교단이 불분명한 목회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왜 그들은 국내 이단의 원조격이자 문선명을 신격화 하는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일까? <편집자 주="">편집자>
故 문선명과 한학자 총재. 출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 통일교 행사 참석한 40여 명 목사들..통일교 연루 몰랐을까?지난 8월 30일 한민족종교협의회라는 단체가 서울 종로구 ‘ㅎ’중식당에서 기독교 정체성 회복과 한민족 정체성 회복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황모 지구장과 한민족종교협의회 김모 회장이 순서자로 참석했다.
황모 지구장은 통일교 서울, 경기지역을 총괄하는 인물이며, 김모 회장은 통일교 주간지 사장 출신으로 범종교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행사 주최와 참석 인사 면면을 볼 때 통일교 색이 짙은 행사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 모임에 개신교 목회자들이 주요 순서를 맡았다는 사실이다. 이 행사를 다녀왔다는 A목사에 따르면 기독교발전협의회 장모 사무총장이 사회를 보고, 세계기독교총연합 김모 이사장이 대표기도를 했다고 전했다. 또, 기독교발전협의회 이사장 이모 목사가 설교를 맡고, 조모 목사, 신모 목사, 손모 목사 등이 각각 권면과 특별기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명 기독교대학의 이모 신학대학원장은 '기독교 정체성과 회복운동'을 주제로 강의까지 했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 이영선 사무총장은 “이 모임에 참석했던 목회자들이 40여 명 정도 된다.”며, “대부분 군소교단 총회장 급이긴 하지만 교회도 교인도 없는 유령단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8월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10월 2일부터 6일까지 통일교 측이 경비를 제공한 일본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한일 기독교 지도자 모임’이라는 말에 이 여행에 동참했던 B목사는 “막상 일본에 도착해보니 통일교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B목사는 “연수원 입구에 도착해보니 문선명, 한학자 부부 영정이 나와 있고, 안내요원들이 영정에 인사를 하면서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B목사는 “안내요원들이 강의장으로 안내해 들어갔는데 예수의 ‘예’자는 없고 전부 문선명 자랑만 했다.”고 증언했다.
일본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된 B목사는 다음 날 3명의 목사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30여명의 목회자들은 통일교와 연관된 사실을 알게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쇼토본부.
◇ 10월 말 통일교 신격화 행사에도 목회자 수십명 동원돼.."문선명을 재림주 인정하는 꼴"개신교 목회자들의 통일교 행사 참석은 계속됐다. 통일교 측은 지난 10월 3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대한민국성직자협의회(KCLC) 창립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는 '신통일한국을 위한 기독교 성직자 희망전진대회'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는 “대한민국은 2000년 전 하늘의 섭리 완성을 위해 선택된 민족이기에 하늘부모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하늘 앞에 효자, 효녀, 충신이 돼야 한다.”며 통일교 핵심 교리를 설명했다.
통일교 일본 여행에 동행했던 목회자들 상당수는 이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에 따르면 “30여 명의 목회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며, “통일교 행사를 갔다는 것은 문선명을 재림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기독교발전협의회가 최근 목사들에게 보내고 있는 문자메시지. 메시지에서는 500만원을 통장에 넣어주고 무료로 미국여행을 시켜준다는 내용과 3백 기드온, 40인 사명자, 말세예언섭리 작정 선택 자녀들은 기독교발전협의회세미나에 참석하라는 내용도 적혀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는 통일교 연루 의혹으로 이모 목사와 함께 제명된 김모 목사이다.
◇ 70-80년대 통일교 '목사 포섭' 행태 여전..배후 의심 기독교발전협의회 이OO목사통일교의 개신교 목회자 포섭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통일교는 주로 1970~80년대 일선 교회 목사들을 대상으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나 일본 관광 등을 무료로 진행하며, 목회자들을 포섭해왔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통일교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교계가 발칵 뒤집혀 졌지만 배교 행위나 다름없는 행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목회자들의 통일교 행사 동원 사태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는 기독교발전협의회 이사장 이모 목사를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있다.
통대협 이영선 사무총장은 “이OO 목사는 종로5가에서 기독교발전협의회란 단체를 움직여 많은 목사들을 현혹시켜서 데리고 갔는데 이번에도 이OO 목사를 보고 (통일교 행사에)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모 목사가 소속된 해당 교단은 논란이 일자 이 목사를 비롯한 관련자 4명을 신속하게 제명했다. 해단 교단은 제명 된 4명 외에 관련자가 4명 더 있었지만 통일교 행사란 사실을 몰랐다고 적극 부인해 사과와 각서를 받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가 철회된 목회자 가운데는 노회장과 신학대학원장도 있었다.
해당 교단 김모 이대위원장은 “이OO 목사가 가장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며, “통일교의 완전한 브로커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10월 31일 롯데호텔 행사도 통일교 행사인데 대표기도까지 했다.”며, “어쩌다 목회자들이 이 지경까지 갔는지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통일교 목사 동원 배후로 의심받는 이모 목사는 통일교 자금으로 일본여행을 갔다는 말은 허위사실이며, 친분 관계에 의해 관련 행사를 도와준것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통일교, 12월 28일 미국 뉴저지, 뉴욕에서 축복식 진행.."목사 한사람당 500만원씩 경비 댄다더라"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오는 12월 말 미국 뉴저지와 뉴욕에서 축복식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개신교 목사 200~300명을 참석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ㅂ’ 교단 김모 이대위원장은 “오는 28일 400명인가 미국을 간다는데 한 사람당 500만원 씩하는 경비를 통일교에서 댄다고 하더라”라며, “목사들이 정신 차려야 하는데 돈만 주면 무조건 가는 모습을 보니 이것이 한국교회의 마지막 모습인가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통일교가 주도한 일본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B목사는 “한국교회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며, “통일교 행사에 간 것을 회개자고 하는 데 고칠 생각을 안한다"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 이영선 사무총장은 "이번에 미국에 가게 되면 2주가량 머물면서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통일교 원리를 인정하게 되고, 영혼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미국에 다녀온 사람들은 앞으로 통일교 측으로부터 모든 행사에 참석하라는 초대를 받게 되고 계속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