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탄절을 앞두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 가운데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연고자 요양시설에서 생활 중인 한 남성과 남대문쪽방촌 주민들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기꺼이 자선냄비 기부에 동참해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구세군에서 위탁 운영중인 무연고자요양시설, 은평의마을에서 생활중인 김맹근 씨.
김맹근 씨는 최근 구세군 자선냄비에 1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장애인연금과 노인수당 등 개인에게 지급되는 현금을 1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 쾌척한 겁니다.
[김맹근 / 은평의마을]
"먹을 것을 조금씩 덜 먹는 거죠. 저보다 못한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조금씩이나마 저축을 해서 기부를 하기로 생각했습니다."
구세군 은평의마을에서 생활 중인 김맹근씨. 1급 시각장애와 주3회 혈액투석을 받아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며 기부에 동참했다.
20년 넘게 고속버스 운전을 했던 김맹근 씨는 8년여 전, 당뇨합병증으로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4년 전부턴 신부전증으로 매주 3회씩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런 삶의 좌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고백하며 "앞으로 죽는 날까지 나눔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맹근 / 은평의마을]
"자기 배고프면 남도 배고픈 줄도 아니깐 오늘 같이 좋은 날이 있는 것 같아요. 내년에도 하고, 후년에도 하고, 저 사는 날 까지 계속 할 것입니다."
[화면전환]
서울역 안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봉사활동 중인 남대문쪽방촌 주민들.
서울 남대문쪽방촌에서도 아름다운 나눔이 이어졌습니다.
남대문쪽방촌 주민들은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부터 '쪽방을 빛내는 마을 사람들' 이란 주민 자치단체를 구성해 마을청소와 봉사활동 등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5월부터 주민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설립된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자선냄비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건 당 30원에서 80원 정도의 수익이 나는 종이 쇼핑백을 한 장 한 장 접어가며 소중한 마음을 모았습니다.
['쪽방을 빛내는 마을 사람들']
"쇼핑 가방 종이로 된 거 그걸 (만들기) 시작해서 거기서 수익금을 기금으로 좀 내고 그랬어요. 우리도 참 어렵지만 우리도 뭔가 좀 해보자.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또, 주민들은 쪽방상담소에 설치된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실 때 마다 100원씩 기부했습니다.
모금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 서울역 주변 3군데에서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는 모두 이들 쪽방촌 주민들의 봉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쪽방을 빛내는 마을 사람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서로가 나눔을 통해서 서로의 어려움을 조금 이해할 수 있고...저희도 많이 도움을 받고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받은 만큼 많이 베풀지는 못하지만 (구세군)선생님들하고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힘인 거 같아요.
형편에 상관없이 주변의 더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의 귀한 나눔이 진정한 이웃사랑의 정신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해줍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최내호] [영상편집 조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