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불법세습을 단행한지 한 달 만인 지난 2017년 12월에 미자립교회 지원금으로 서울동남노회에 전달한 2억 원이 엉뚱한 곳에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금의 상당액이 노회장과 서기 등 임원교회에 지급됐으며 후원금 일부는 지급근거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7년 12월,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는 명성교회에 2억 원의 후원금을 요청했다. 미자립교회 70여 곳을 돕겠다는 명목이었다.
실제 당시 동반성장위원회는 “어려운 교회 목회자들에게 300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도 보냈다.
그런데 미자립교회에 지급돼야 할 후원금 상당액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노회장이었던 최 모 목사와 서기, 회록서기 등 임원 3명을 비롯해 법리부서원 일부에게 지원금이 지급된 거다. 지원받을 미자립교회 추천권을 가진 시찰장 3명도 명성교회의 후원금을 받아갔다.
이들이 받은 돈은 각각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미자립교회는 한 곳에 불과하다. 2017년 동남노회 자립대상교회는 26개 교회로, C시찰장만 자립대상교회에 이름을 올렸다.
또 1700만원은 현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급 근거가 남아있지 않아 누구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지원된 돈은 모두 4천660만원, 전체 후원금의 1/4 가량이다.
명성교회 후원금은 회계보고에도 잡혀있지 않다. 2018년도 회계보고에 따르면 교회동반성장위원회 결산은 746만원에 불과하다. 깜깜이 후원금인 셈이다.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는 최근 노회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배포했다.
이 보고서에는 명성교회 후원금 운영 문제 외에도 미자립교회를 관할하는 교회동반성장위원회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정을 사용하거나 관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회동반성장위가 노회 자립화 기금을 대출한 교회 5곳에 대해서 심의검토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대출금을 모두 탕감했다는 거다. 이렇게 탕감된 대출금액은 1억 5천만 원이 넘는다.
또 공식 청원이나 노회 허락 없이 재정부 자체 결의로 예비비 2천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며, 이 일로 노회 재정이 어려워지고 다른 부서에는 사업비를 지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명성교회의 후원금이 접수될 당시는 세습논란과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면서, 후원금 출연의 시의성과 공정성,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당시 노회임원들과 시찰장, 기소위원, 재판국원들이 명성교회의 후원금을 받은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명성교회 후원금 분배를 책임진 모 목사는 이번 조사 보고서와 관련해 모두 어려운 교회에 지원한 것이 맞다며, 보고서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당시 성탄과 연말을 맞아 어려운 교회를 지원하기로 한 것인데, 노회 임원이나 시찰장도 미자립교회는 아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라면서, “지원받은 교회 명단을 밝히지 않은 것은 명단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비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당시 명성교회는 후원금 배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남노회 임원들은 이번 조사 보고서가 작년 가을노회 결의에 따라, 노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재정관련 노회원들의 질의와 감사청원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보고서는 다음 달 12일 열리는 정기노회 보고서에 첨부될 예정이었으나 명성 측 임원들의 반대로 별지 형태로 보고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