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1세대 이주노동자로 살다 간 네팔인 미노드 목탄 씨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 '안녕, 미누'를 이빛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손가락이 잘린 빨간 목장갑을 낀 채 능숙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이는 국내 1세대 이주노동자였던 네팔인 미노드 목탄 씨입니다.
지난 1992년 한국에 들어와 한국 이름 '미누'로 불리며 식당과 봉제 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노동운동가이자 다문화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습니다.
[현장음] 스탑크랙다운, '손무덤'
"프레스로 싹둑 싹둑 잘린 손을 눈물로 묻어 버리고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눈물로 묻었네 눈물로 묻었네"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그는 지난 2009년 강제 추방됐습니다.
네팔로 돌아간 그는 이주 노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네팔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여러 활동들을 펼칩니다.
네팔 출신 이주민 노동자 미누(미노드 목탄) 씨. (사진 = 영화 '안녕, 미누' 스틸 컷)
이 미누 씨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가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지혜원 감독은 미누 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음] 지혜원 감독 / 영화 '안녕, 미누' 연출
"법적이나 제도적으로는 조금 개선이 됐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어떤 마음 상태는 더 우리가 이주민, 이주노동자들한테 더 큰 벽을 쌓고 지내는 것 같다. 그 벽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미누 씨의 이야기가. 우리가 다 같이 좀 노력해서 미누 씨 같은 친구를 또 계속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안녕, 미누' 언론배급시사회.
영화 '안녕, 미누'는 지난 2017년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참여를 위해 잠시 국내에 입국하려던 미누 씨가 예외적인 법 적용으로 끝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네팔로 돌아간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그 때 미누 씨를 마중 나와 함께 발을 굴렀던 건 공정무역 커피 트립티의 대표 최정의팔 목사입니다.
[인터뷰] 최정의팔 목사 / 트립티 대표이사
"외교부에선 (입국 승인을) 했고 법무부에서는 안 되고. 그 때 저희가 항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 우리가 한국의 인권을 위해서 수십 년 동안 싸웠는데 아직도 우리 수준이 이거구나 하고 절망을 했죠."
지난해 9월, 영화 '안녕, 미누'가 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잠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던 미누 씨는 그로부터 한 달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납니다.
[인터뷰] 최정의팔 목사 / 트립티 대표이사
"(한국에 들어왔을 때) 아주 행복해 하죠. 그 때 이제 미누가 뭐라고 했냐면 "이제 나 죽어도 좋아, 이제 나 죽어도 좋아" 했는데 본인의 예언대로 불과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죽었으니까 (안타깝죠). 이주민을 사랑하는 것을 계기로 해서 한국교회가 이웃을 향해서 폭 넓게 열려 있는 마음이 될 때 열려 있는 선교 활동을 할 때 한국교회가 이제까지 가진 그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 내고 교회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숨진 국내 이주 노동자는 최소 104명. 2~3일에 한 명 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화 '안녕, 미누'는 함께하는 세상을 노래했던 미누 씨의 삶을 통해 우리 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누 씨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CBS 뉴스, 이빛나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최 현 [영상편집] 서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