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통일교 계열의 기업이 전남 여수시 화양면 일대의 경제자유구역 300만평 규모의 토지를 사들여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1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관계당국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시한을 4년 더 연장해 주려하자 주민들은 자신들의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데도 특혜를 주려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송주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진은 여수 화양지구 경제자유구역을 관할하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모습.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
해양도시 여수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03년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한 해양 관광단지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사업 시행사는 통일교계열 일상해양산업.
당시 일상해양산업은 화양면 장수리, 안포리 등 5개 마을 9.99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약 1조 5천 억 원을 투자해 2015년까지 대규모 복합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밀며 토지를 매입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17년이 지났지만 무늬만 경제자유구역일 뿐 경제특구의 면모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느 농촌 마을과 다름없습니다.
일상 측이 지난 17년간 화양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한 금액은 당초 투자 계획에 1/10에 못 미치는 천 3백억 원 정도.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은 고사하고 17년 동안 골프장 한 곳과 통일교 신도들의 연수원으로 사용되는 숙박시설을 만드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최근 화양지구 경제자유구역을 관할하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이 올해로 끝나는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사업 만료 시한을 4년 더 연장시키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세금 혜택을 누려가면서까지 토지를 매입하고, 20년 가까이 19차례 사업 계획 변경에도 사업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 사업기한을 4년 더 연장해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4년 연장 계획안을 들여다봐도 기존 골프장 규모를 늘리고 비치 콘도를 조성한다는 게 전부여서 통일교 계열사에 대한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녹취] 여수시 화양면 주민 / 지난 달 23일 주민 공청회
“18년 지금도 연장하면 22년 그 이후에 거기에 대해서 이 자리에 또 없을 것 같습니까? 여의도의 3.5뱁니다. 한 개인 한 기업 이게 (화양지구) 경제특구지역입니다. 누차 똑같은 이야기지만 골프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주민들은 경제자유구역에 묶여 토지 매매나 신축 등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역 내 909필지, 180만 제곱미터의 땅이 수용되지 않은 상황인데 500여명의 토지주들은 20년 가까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재천 위원장 / 화양면경제자유구역반대비대위
“2003년부터 2005년 그 쯤에 토지 매수가 멈췄어요. 특구로 지정됐으니 땅을 사라 그랬더니 자기들은 여기에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했다고 계속 이야기해왔어요. 사업할 의지도 없고 하는데 이번에 콘도와 골프장을 짓는다고 특구 기한을 연장한다고 하니까 황당한거죠.”
지역 주민들은 최근 공청회에서 투자 의지가 없는 통일교계열사에 대한 특혜를 멈추고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관계 당국에 화양면 일대 경제자유구역 해제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현재 정부를 믿고 경제자유구역에 토지를 내줬던 일부 주민들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을 상대로 땅을 돌려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화양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경제자유구역을 총괄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윤재일 지역개발팀장/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그 큰 면적에 골프장하고 클럽하우스 몇 개 시설만 해놓고 저희도 상당히 고민스럽습니다. 저희 청에서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와도 어떻게 향후 활성화 시킬수 있는가 우리가 회사를 맘대로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고..”
주민들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통일교그룹에 속았다며, 누구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인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CBS뉴스 송주열입니다.
영상취재 최현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