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광화문 집회 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전국으로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최근 1년 안팎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황당 내용을 정리했다.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복원총회 소속) 담임목사이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 총괄대표다.
총괄대표를 맡으면서 전 목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 집회 등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 우파 정당들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로 여러차례 발언을 하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올해 3월 구속수감됐다.
◇ 마비증세 급사위험 보석 호소...풀려난 이후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전 목사는 구속 수감 후 마비 증세가 있고 밥을 못먹어 ‘급사위험’이 있다고 호소해 4월 2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재판부가 전 목사측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한 것인데 다만 보석은 사건과 관련되거나 위법한 모든 집회나 시위에 참석하지 않다는 조건이었다.
석방 당일 전 목사는 지지자들에게 활짝 웃으며 “우리가 이겼다. 석방을 위해 기도해준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보석 이후 급사위험을 호소했던 전 목사는 각종 집회를 열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모습. 중대본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는 전날 오후 6시까지 총 3415명이 검사를 마쳤고, 이중 73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12개 시도에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환자가 발생해 18개 시설에서 추가 전파를 확인했다. 이한형기자
◇ 6개월 만에 목사 안수 주겠다..기존 목사 안수는 다 가짜보석으로 풀려난 지 두 달도 채 안된 올해 6월 6일. 전 목사는 논란이 될 만한 강의를 시작했다. 목사 안수를 주는 종교개혁 특강이었는데 6개월만 교육 받으면 목사 안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선교사,장로,안수집사의 경우 6개월 압축 훈련과 특강을 들으면 모두 목사 안수를 주겠다고 말하면서 ‘기존 목사안수는 다 가짜’라고 비꼬았다.
일반적으로 목사 안수를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정규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을 공부해 졸업하고 전도사 또는 강도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단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밟고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최소 6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전 목사는 6개월 만에 목사안수를 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허가받지 않은 무인가 신학교들이 짧은 시간 안에 목사 안수를 남발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 3조원 들여 세계기독청 건립하겠다...특별헌금 요청 이보다 앞서 전 목사는 야외 집회와 주일예배를 통해 세계기독청 건립을 자주 언급하며 헌금을 유도했다. 5월 4일 국민일보에는 ‘세계기독청 건립’ 전면광고를 싣기까지 했다.
세계기독청은 전 목사가 지난 해 9월 26일 열린 ‘10.3 청와대진입 순국결사대 모임’에서 처음 언급했다. 국민혁명 의장이라는 이름으로 전 목사가 밝힌 세계기독청 설립 취지는 이런 내용이다.
“로마 가톨릭은 바티칸 때문에, 사우디는 메카 때문에 관광객이 각각 1천만명씩 몰려오니 우리도 대한민국에 개신교 기독교청을 설립하면 1천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며 대한민국은 즉시 GNP 5만불을 넘어설 것이다. 쉽게 말씀드리면 일 년 내내 월드컵과 올림픽을 진행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를 위해 특별헌금을 해 달라는 것인데 건립에 필요한 액수는 무려 3조원. 전 목사측은 이 비용을 국내 30대 기업에 10년 동안 면세점 운영을 맡긴다는 조건으로 건축을 맡기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건물 지을 땅도 마련하지 않고, 관련 기관과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 목사는 기독청 건립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건립까지 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전 목사의 지난 행보를 보면 세계기독청 설립 역시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높다. 전 목사는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겠다며 제작 발표회까지 열었지만 그 이후 영화 제작 소식은 잠잠하다. 또 선교은행 설립을 외치며 후원자를 모으기까지 했지만 은행을 설립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교도영성훈련원을 통한 보험과 카드 사업 등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지금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계획은 거창하고 원대하게 말했지만 실제로는 전 목사의 말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더 많은 것이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에서 관계자들이 헌금 모금을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 야외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안된다...예배 참석하면 병도 낫는다전 목사가 이끄는 범투본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돼 시내집회가 금지된 지난 2월 광화문 광장 집회를 강행했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야외에서는 코로나 감염 사실이 전혀 없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의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바이러스 핑계를 대고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8.15 광화문 집회 이후 17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에서 치료 중이다.
◇ 8.15 광화문 집회 집단 바이러스 감염은 북한 소행?전 목사는 이어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이를 북한의 바이러스 테러라고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전 목사는 21일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사랑제일교회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며 교회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가만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목사는 “교회에서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있기 직전, 5명 정도의 제보자로부터 ‘바이러스 테러가 사랑제일교회 안에 숨어 들어온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보를 들었을 때 ‘아무리 악한 공산주의자나 주사파라도 그런 짓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막상 이번 사건이 터지자 ‘이것은 반드시 외부 불순분자들의 바이러스 테러 사건’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교회에 바이러스가 전파됐으며, 북한의 소행일 수도 있다며 음모론을 주장했다.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서 교회 변호인단이 발언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 검찰, 전 목사 재수감 청구...청와대 게시판 '국민 민폐 재수감' 촉구이 같은 황당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전 목사에 대해 검찰은 보석 조건을 어겼다며 다시 수감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민폐 재수감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1일 오후 3시 현재 3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