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주일인 23일 대부분 교회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 주일예배를 드렸다.
특히 정부 지침에 반발하며 평소대로 주일 예배를 진행하다고 밝혔던 일부 교회들도 여론을 의식한 듯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영락교회, 새에덴교회 등 주요 대형 교회들은 방역지침이 강화되기 전 온라인과 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했지만, 23일 주일 예배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다.
교회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예배 순서자와 방송 중계를 위한 인원 등 20명 이내 인원만 예배당에 모인 가운데 차분하게 주일 예배를 진행했다.
앞서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기독교계 주요 교단과 단체들은 방역을 위해 적극 협조하자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은 회원 교단들에 공문을 보내 적극적인 방역을 촉구했다. 한교총은 “교회들이 방역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회원 교단들의 독려가 필요하다”면서 “교회를 통한 추가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인정하며,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교회협의회는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책임과 관련해 일부의 문제라는 변명을 거두고 현재의 상황을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대신, 합신 총회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앞으로 2주간 공예배를 비대면으로 전환해 진행하고 일체의 소모임을 자제할 것 등을 요청했다.
주요 교단과 단체들이 정부 방역지침에 따르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단체와 교회들은 정부가 비대면 예배를 강제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우려를 낳기도 했다.
보수적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권태진 대표회장 이름으로 발송한 긴급 공지 문자에서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교회의 예배 금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도 23일 주일을 앞두고 비대면 예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부기총은 “소수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전체 교회의 예배를 모이지 말라는 것은 정당성도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나며 무엇보다 방역을 이유로 교회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기총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대면예배를 강행한 교회들도 있었다. 부산시는 부산 지역 교회 1천765개 교회를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실시한 결과 270곳이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 지역 주요 교회 대부분은 비대면 예배를 드린 것으로 전해진다. 수영로교회와 호산나교회, 포도원교회 등 부산 지역 주요 대형 교회들은 모두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또, 주일 예배를 평소대로 진행하기로 입장을 고수했던 일부 교회들도 결국 입장을 바꿨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치유하는교회는 정부가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도 대면 예배 방침을 밝혔었다. 치유하는교회 김의식 목사는 교인들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성도들이기에 주일만은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면서 “믿음의 성도들은 주일 낮예배에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주님 앞에 나아와 코로나19의 종식 등을 위해 합심하여 기도하며 예배 드립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주일 전에 변경됐다. 치유하는교회는 토요일인 22일 긴급당회를 소집해 2주동안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비대면 예배' 방침이 주일 하루 전에 결정돼 혼란이 예상됐지만, 주일 오전 교회 주변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교회 출입문에는 비대면 예배 방침을 알리는 공지문이 게시됐고, 일부 장로들이 출입문 앞에서 찾아오는 교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평소 예배 시간에 맞춰 교회를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일부 교인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교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교인도 보였다.
치유하는교회 장로회는 “정부방역지침에 따라 2주동안 온라인예배 송출에 필요한 최소인원이 모여 예배를 드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장로회는 “위임목사님 생각과 장로님들 생각은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정부방역지침을 따라주는 것이 국가도 살고 교회도 살고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건강한 교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