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교회 부목사와 전도사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부교역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꾸준히 문제가 되어온 만큼 교회가 목회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송주열 기자입니다.
[기자]
그동안 한국교회엔 전통적으로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형성돼 왔습니다.
목회자의 사역은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자발적 헌신이며, 일반 사회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와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다는 겁니다.
[심만섭 목사 /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신학교에 갈 때 사명감을 가지고 가거든요. (사명감을) 중요한 가치관 또는 정체성으로 가져야하지 않겠느냐...노조나 사업장처럼 한다고 하는 것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허무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없음
반면, 법원은 목사도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부는 퇴직한 부목사와 전도사에게 퇴직금 7천여 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강남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이 상하관계를 이루며 교회가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업무에 계속성이나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도 지난 2014년 목사를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원고인 부목사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 교회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교계 내부에서도 교회가 목회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목회자의 근로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목회적 특수성이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목회자들도 생활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들은 "목회자의 소명의식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기꺼이 포기하는 데 있는 것"이라며, "소명의식이란 명분으로 부교역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인식 목사 / 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 ]
"(소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거룩한 직업이라고 하는 면과 일반 사회에서 한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노동자로서의 존재, 이 두 존재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을 하고.. 제도로서는 이 목사들에 대한 노동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그런 것들(장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독 법조인들도 "목회가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는 아니지만, 목회 현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일반 근로자보다 열악한 처우가 교회 내부에서 지속된다면 법원의 개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교회가 앞장서 사회법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의식을 보여주길 기대했습니다.
[이병주 변호사 / 기독법률가회]
"(최근 형사법원 판결의 경우) 실제 내용에서는 사용종속 관계가 오히려 더 분명한 게 아니냐 이 관점인거죠.
실제로 교회가 사회 일반적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기여해 온 점도 존재하잖아요. 교회 내부에서 (처우)문제를 처리하는 것에 있어서 좀 더 성의있는 태도가 필요하고..."
목회자의 소명의식과 근로자성이 상충되는지에 대해 교계에서는 여려 의견이 있지만 법원은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어 목회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이정우 정용현] [영상편집 두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