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치적 갈등이 심각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정치에 관한 내용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목회자가 '정치'를 주제로 책을 펴냈습니다.
평촌새순교회 고성제 목사를 만나
교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방송 : CBS TV <파워인터뷰> (15분) 2월 15일(화) 18:10 / 2월 18일(금) 13:00
■ 출연 : 고성제 목사 (평촌새순교회 담임)
■ 진행 : 최경배 기자
◇ 최경배 기자 : 목사님 안녕하세요?
◆ 고성제 목사 : 안녕하세요?
◇ 최경배 기자 : 언제부터인가 정치적 생각이 다른 이와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특별히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교회 안에서도 정치에 대해서 어떤 내용이던 간에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에요. 그런데 목사님께서 이번에 정치를 주제로 책을 내셨더라고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 고성제 목사 : 네. 그렇습니다.
◇ 최경배 기자 : 정치를 주제로 책을 쓰시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고성제 목사 : 제가 사실은 70년대 민주화운동 할 때도 보수교단에 속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도 '교회는 뭘 해야 되나, 어떤 입장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하는 문제를 가지고 굉장히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아무도 대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특별히 보수교단에서는. 그 이후에도 제가 늘 생활 속에서도 기독교는 무엇이어야 되나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문제를 관심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이제 조국 법무부장관의 문제로 인해서 정치권이 크게 갈등하고 온 국민이 완전 두 쪽이 나서 갈등하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때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무언가를 목사가 말을 해야 되는데 뭘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목회자들이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상황 속에서 목회자들처럼 저도 같이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런 가운데에서 이제 무언가를 말해야 된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강하게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엇을 말해야 될지 생각하니까 제가 너무 많이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 문제를 성도님들에게 솔직하게 고백을 했어요. 지금 상황은 목회자로 하여금 뭔가 성도들에게 답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답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정리가 안 돼 있고 내 지식이 짧다. 그래서 나는 잠시 목회 현장을 떠나서 준비를 좀 해서 돌아와서 뭔가 이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책임을 담당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성도님들께 요청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제가 얘기하게 된 것입니다.
◇ 최경배 기자 : 책 제목이 <정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 서기>입니다. 긴 시간 동안 설교를 준비하시고 실제로 강단에 서셔서 말씀을 전하신 게 책으로 엮어서 나온 건데요. 교인들에게 전했던 메시지의 핵심 내용은 어떤 건가요?
◆ 고성제 목사 : 우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를 일단 목회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것이 원리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성경 속에는 우리의 사고를 인도해줄 수 있는, 또 우리 사고가 출발할 수 있는 어떤 원리, 또 가치, 이런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성경 속에도 하나의 이스라엘이란 공동체란 상황을 통해서 이야기된 것이기 때문에 그 속에도 사회가 있고 그래서 그런 점에 있어서 그 사회 속에서 성경에 입각한 어떤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을까. 교회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여러 가지에 의해서 원리를 발견하길 원했고 그것이 동역자들 가운데 훗날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일단 했고요.
그 다음에 회중들에게는 이데올로기에 죽고 사는 그런 상황, 엄청난 인권모독적인 그런 말들로서 상대방 이름을 붙이고 이렇게 하는 상황 속에 있어서 성도들에게 내 이데올로기가 굉장히 상대적이란 생각을 일단 하게 해야 되겠다. 일단 서로 부딪쳐서 금방이라도 교회 공동체가 싸움터가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입장이 절대적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모티브를 마련해야 된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각도에서 성도들에게 이데올로기가 뭔지를 말해주고 싶었죠. 자기가 그 이데올로기에 서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 것이죠. 내가 좌편의 이데올로기에 서게 된 것은 내가 살아왔던 삶 속에서의 경험, 그때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내가 지금 이쪽에 서 있는 것을 형성하고 있고. 우측에 서 있는 사람들은 우측에 서 있는 대로 그들의 어떤 살아온 배경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가 우측인 것, 내가 좌측인 것이 필연적이라기보다는 우연한 어떤 결과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내가 지금 다음에 형편이 바뀌면 내가 다른 쪽에 가서 서 있을 수도 있다 하는 것에 대해서 그들에게 말함으로써 내 이데올로기가 지금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우선 눈을 뜨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죠.
사람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좌우가 갈등하면서 서로가 얼마나 적대적인지 상대방을 이 땅에서 쓸어버려야 할 것처럼 덤벼들고 싸우고 있다고요. 그런데 저는 성도들에게 얘기하길 좌측에서 중시하는 가치, 인권과 생명과 이런 부분들. 우측에서 중시하는 가치, 자유와 개인과 이런 창의성과 이런 여러 가지 부분들. 이런 부분들이 다 실제로는 창조원리에 속한 것이란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타락이래로 조화를 못 이루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창조의 원리는 그 모든 게 다 포함돼 있는데 타락 아래서 이것이 항상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이러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가치들은 어느 하나를 완전히 없애버림으로써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창조에 속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면 우리가 상대방을 쓸어버려야 될 존재다 라고 여기지 않게 되는 것이죠. 저쪽에서 주장한 것도 분명히 성경으로부터 나온 가치를 위해서 그러고 있다. 이쪽에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이슈에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특별히 경제적인 이슈, 분배 측면, 분배로 말미암는 실질적인 자유 이런 측면에 있어서 인권 이런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죠. 그것을 성도들이 이해하면 내가 저것을 쓸어버려야 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적어도 우리 공동체 속에서는 그런 이해를 갖고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대화해야 되지 않나.
대화가 가능해야 답을 찾을 수 있지 대화가 안 되고 날마다 전쟁이면 이기는 것만이 답이 되는데 그러면 답이 안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이런 각도에서 성도들에게 계속 설득한 것이죠.
◇ 최경배 기자 : 설교를 들은 교인 분들의 반응, 교회 공동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네요.
◆ 고성제 목사 : 실제로 설교를 했을 때 첫날에 굉장히 교인들이 긴장하죠. 제가 볼 때도 긴장감이 쫙 깔려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날 설교를 제가 모든 사람들 다 인정해주는 모든 진영을 다 인정해주는 얘기를 했거든요. 당신이 거기 서 있는 이유, 이유가 있는 거다. 당신이 거기 서 있는 이유,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당신이 신실하게 고민한 끝에 거기 있는 것이고 당신도 신실하게 고민한 끝에 거기 있는 거다 하는 얘기를 다 인정해주면서 얘기를 쭉 풀어가니까 교인들이 긴장감이 내려놔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교인들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우리가 이 정치적인 이슈 한마디만 나와도 우리가 서로 원수되는 것처럼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게 된다면 우리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그랬는데 그 말씀에도 어긋나거니와, 그 한마디로 우리가 원수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한번도 형제 자매인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너무 슬픈 얘기다. 그런 얘기들을 제가 성도들에게 많이 했어요.
◇ 최경배 기자 : 그런데 교인들 중에는 강단에서 어떤 설교를 듣더라도 본인의 정치적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거든요.
◆ 고성제 목사 : 그렇죠.
◇ 최경배 기자 : 그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 고성제 목사 : 우리가 생각해봐야 될 부분인데요. 저는 이번에 이 책을 쓰고 또 설교하는 과정 속에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왜 우리가 그러고 있을까. 그러다 보니까 떠오른 게 이런 장면이에요. 우리가 성경 읽으면서 마킹펜으로 이렇게 표시하는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때 우리가 밑줄 긋는 그 말씀들이 전부 다가 내 마음에 드는 말씀이에요. 나한테 위로가 되거나 그런 말씀들을 밑줄 긋는 것이죠. 그리고 그 다음에 읽을 때는 밑줄 그은 것들을 중심으로 본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하나님을 전부 내 편에서 이해된 하나님만 그렇게 받아들인 감이 많은 것이죠. 사실 하나님이 내 마음에 들 순 없다고 생각해요. 나는 이기적이고 하나님은 모두를 사랑하시는 분이시니까 그분의 시각과 나의 시각이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각도에서 우리 자신이 성경의 입장이라고 말하는 내 입장을 돌아봐야 될 필요가 일단 하나 있고요.
두 번째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통으로 이해하지 않는 습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 속에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때로부터 시작해서 계시록까지 줄기차게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또 이 역사가 쓰러졌으나 다시 세워서 그 역사를 다시 이어가려는 핵심되는 하나님의 간절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 갈망에 맞춰서 내가 하나님 말씀을 이해해야 되는 것이지 내가 감동 받은 몇 구절을 가지고 하나님 말씀을 이해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 각도에서 성경을 전체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최경배 기자 : 끝으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많은 분들이 고민하실 것 같아요. 정치적 사안을 어떤 결정할까, 고민하시는 교인들 또 강단에서 어떤 설교할까 고민하시는 목회자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시죠.
◆ 고성제 목사 : 참 어려운 상황이죠. 지금 상황이 아마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뭐라고 말하기도 참 어려우리라 생각해요. 사실은. 저는 이 구체적 상황의 언급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목회자에게는 교인들에게 최종적인 답을 주려는 설교를 하는 일은 피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지금 이 상황에 당장 어떤 그런 해법을 내놓긴 어렵다고 생각이 들고, 지금은 가치와 원리에 대해서 얘기해서 판단할 때 좀 기도하면서 꼼꼼히 그런 가치와 그 말씀 위에 현실을 올려놓고 기도할 수 있도록 그 부분에 대해서 제공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경배 기자 : 목사님 말씀 감사합니다.
◆ 고성제 목사 : 네, 감사합니다.
<고성제 목사>
평촌새순교회 담임
책 <정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 서기> 저자
[영상제작 : 최현, 정선택, 최내호]
[영상편집 :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