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위한 부활절연합예배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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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위한 부활절연합예배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고"

  • 2022-04-17 18:57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고'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올해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장애인들이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권을 당연하게 누리는 세상이 오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2022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2022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는 예배가 부활절인 17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사회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눈 이들도 있었다.

해마다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 온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올해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주제로 열렸다.

부활절연합예배는 과거 장애인용 리프트 사고가 발생했던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진행된 가운데, 2백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석해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공동기도문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차별 없이 공평하게 사랑하신다"고 고백하며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고, 험한 곳은 평지로 만들어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오늘의 이 예배와 기도가 하루의 외침으로 그치지 않도록 우리들의 무지와 무심함을 깨워달라"고 기도하며, "교회가 더 이상 현실이라는 방패 뒤에서 숨고, 무관심으로 회피하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

설교 중인 배융호 목사. 배 목사는 "예수님 평생의 삶은 혐오하는 삶이 아니라 혐오받는 이들과 함께하신 삶이었고, 비난 하는 삶이 아닌 비난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신 삶이었다"며 "오늘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편에 서있는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최내호 기자.설교 중인 배융호 목사. 배 목사는 "예수님 평생의 삶은 혐오하는 삶이 아니라 혐오받는 이들과 함께하신 삶이었고, 비난 하는 삶이 아닌 비난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신 삶이었다"며 "오늘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편에 서있는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최내호 기자.
설교를 전한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배융호 목사는 "부활절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목사는 "예수께선 포로된 자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이 가리워져 무지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진리를 보게 하시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장애인들은 포로나 마찬가지이며, 우리 사회 수많은 장애인들은 사회구조적 차별 때문에 억눌려 있다"며 "오늘날 예수 오심의 의미는 곧,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 등 인권 보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유진우 씨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갔지만 교회 안에 존재하는 구조적 차별로 자퇴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나눴다.

유 활동가는 "예수께선 사회 변두리로 밀려나간 이들을 찾아 주체성을 회복시키시고 구조적 차별과 맞서 싸우셨지만,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은 장애인이 예수를 믿겠다고 다짐해도 교회에 가지 못해 믿음을 포기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장애를 장애인 한 사람의 문제로만 여기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예배를 만들고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일은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연합예배에서 새터교회 안지성 목사가 성찬식을 집례하고 있다.연합예배에서 새터교회 안지성 목사가 성찬식을 집례하고 있다.
한편, 예배 참석자들은 이동권·노동권·교육권이 제한된 채 사는 이들의 위로를 구하는 기도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도, 그리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했던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는 기도를 드렸다.

중보기도를 한 옥바라지선교센터 하민지 운영위원장은 "21년간의 투쟁으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언제나 예산 편성에 발목을 잡혀왔다"며 "이는 책임있는 자들이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후순위에 둬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단순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때까지 모든 멸시와 모욕과 혐오와 조롱 한가운데서도 끝까지 투쟁하고 저항할 힘을 달라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이날 예배 헌금 중 예배 준비에 필요한 경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이동권 투쟁 중인 장애인 단체에 전달한다고 밝히며 계속해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 주길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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