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목사, 간판 없는 교회' 김원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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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목사, 간판 없는 교회' 김원규 목사

  • 2022-04-22 16:28

빵 굽는 사역으로 전도
세상의 베이스캠프가 되기를…
나눠먹고 싶은 마음에 시작
제주에서 사역한지 3년, 코로나 시기에도 지켜주신 주님 감사
전도용 단팥빵이 가장 자신 있어

성찬식을 진행 중인 김원규목사. 사진 김원규목사 제공 성찬식을 진행 중인 김원규목사. 사진 김원규목사 제공 봄은 향기다. 향기가 가득한 계절에 또 다른 향기가 있어 찾았다. 교회 건물 어느 곳에도 '베이스캠프' 교회라는 간판은 없었다. 그래도 쉽게 찾게 되는 것은 그곳만의 향기가 있어서일까?
김원규 목사를 빵 향기 가득한 곳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원규 목사와의 일문일답.
 
◇ 베이스 캠프 교회를 소개한다면?
 
◆ 당신의 베이스캠프는 어디입니까? 라고 묻고 싶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다면 베이스캠프는 방향이 될 것이고, 어떻게 가야 할지 묻는다면 베이스캠프는 지도가 될 것이고, 계속 가야 할지 망설인다면 베이스캠프는 용기가 될 것이다.

베이스캠프 없는 정상은 없다. 세상의 베이스캠프가 되어 주님께로만 향하는 진정한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베이스캠프의 첫 시작은 제주도 성산의 '플레이스 캠프 호텔'이었다. 이후 호텔에서 나와 초대 교회의 예배 그리고 초대 교회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 잠시 가정으로 흩어져 예배 드렸다. 이제 하나님의 은혜로 예배 처소를 제공 받아 또 하나의 뭇별이 되었다.
 
창세기 15장 5절 말씀에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하셨던 것처럼, 제주 베이스캠프 교회는 흩어지기 위해 모이는 교회다. 제주 땅에 지속적으로 뭇별을 세워 나가길 소망한다.
 
◇ 빵을 굽게 된 계기는?
 
◆ 어릴 적부터 빵과 만두를 너무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빵을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암을 겪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조금 더 건강하게 빵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 들어가는 것이라 얼마나 건강한지 모르겠지만 그날 만들어 그날 먹을 수 있으면 좀 더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서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맛있다고 칭찬도 해 주신다.
 
제가 쓴 책이 하나 있는데 제목이 '암이라 쓰고 앎이라 읽는다'이다.
그 책의 한 구절에 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8살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내 옆에서 맛있는 빵을 먹고 있다. 그것도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소시지가 들어가 있는 빵이다. 빵 겉을 조금씩 조금씩 뜯어먹는다. 빵 냄새와 소시지 향이 슬슬 올라온다. 그렇게도 고소하게 느껴왔던 빵 냄새가 이제는 거북하다. 내 마음에는 먹먹함이 슬슬 올라온다'
 
아마 이때부터 빵을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48시간 숙성된 반죽으로 만든 빵. 사진 유호영목사48시간 숙성된 반죽으로 만든 빵. 사진 유호영목사 
◇ 가장 잘 만드는 빵은?
 
◆ 가장 잘 만든다기보다 가장 많이 만들어 전도용으로 사용하는 빵은 단팥빵이다. 아무래도 계속 만들다 보니 단팥빵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 에피소드가 있다면?
 
◆ 제가 고정적으로 빵을 나눠 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첫째는 교회 청년이 진행하는 제주 클린보이즈클럽(jeju clean boysclub)이라는, 애월 바다에서 매일 아침 쓰레기를 줍는 모임이다.
 
저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참여한다. 참여할 때마다 머핀도 만들고 쿠키도 만들고 단팥빵, 크림빵도 만들어 함께 나눈다.
 
한번은 처음 나오신 분이 이 빵 어디서 사오셨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어디 빵집이냐고, 빵이 너무 맛있어 사 먹으러 가야겠다고 하시더라.
 
또 한 군데는 제가 목요일마다 참여하는 기타동아리다. 이제는 은근히 무슨 빵을 만들어 오나 기대하신다. 그리고 빵집 차리라고 격려(?)도 해 주신다. 빵집 차리면 꼭 사먹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은 매주 토요일, 일대일 양육하는 분에게 빵을 만들어 드린다. 이분은' 소프트 롤 케이크'를 좋아하신다. 양육자를 섬기며 빵도 나누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
 
◇ 도전해 보고 싶은 빵은?
 
◆ 도전해 보고 싶은 빵은 너무나 많은데, 그중에서도 고르라고 한다면 정말 맛있는 식빵을 만들어 보고 싶다. 조천 포구에 가면 베이커리 커피숍이 있는데, 그 집 식빵이 너무 맛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식빵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
 
◇ 빵 굽는 사역으로 지향하는 것은?
 
◆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의 빵이 되셨다. (I am the bread of life) 그리고 좋아하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은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give us today our daily bread)다. 저는 빵 굽는 사역으로 전도하고 싶다.
 
작은 빵 하나지만 이것이 육의 양식뿐만 아니라 영의 양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부활 주일에는 직접 만든 빵으로 성찬을 했고, 앞치마를 두르고 예배도 드렸다.
 
◇ 앞으로의 꿈이나 비전이라면?
 
◆ 저는 목사로 살다가 목사로 죽고 싶다. 이것의 저의 평생의 꿈이자 비전이자 기도 제목이다. 어느 순간이 오더라도 주님 배신하지 않고 목사로 꼭 죽고 싶다.
 
◇ 하고 싶은 말은?
 
◆ 제주에서 사역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3년 동안 코로나와 함께 했다. 그런데 그 3년 동안 주님이 다 채워 주셨다. 그래서 지금은 "주님이 하셨습니다. 주님이 하실 것입니다" 이 고백으로만 살고 있다.
 
교회 안에 있는 작은 교회 간판. 사진 유호영목사교회 안에 있는 작은 교회 간판. 사진 유호영목사김원규 목사의 만남은 빵이 주는 향기보다 진했다.

'빵지순례' 혹은 "인생빵집"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고유한 베이커리, 멋진 플레이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빵집의 성지가 즐비한 곳 중 하나가 제주다.
 
빵이라는 작은 먹거리로 '나눔'을 실천하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심지어 독학으로 제과기능사,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원규 목사는 빵을 사랑하는 진심이 보였다.
 
말씀을 준비하고 밀가루 반죽을 하는 그의 얼굴은 김원규 목사가 사랑한 단팥빵을 닮았다. 내 손에도 빵 봉지가 들려있는 것을 보면 예사롭지 않은 빵임은 분명했다.
 
늦은 봄. 또 다른 향기가 제주에 퍼지는 것을 보니 이곳은 "영적빵집"이 되기에 충분했다.

<기사 작성 : 유호영 목사(제주CBS 목회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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