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비극'을 '용서'로 ② 영암 상월그리스도의교회 35인의 순교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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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비극'을 '용서'로 ② 영암 상월그리스도의교회 35인의 순교자 이야기

  • 2022-06-22 18:54
한국전쟁 당시 적대세력에 의한 호남지역 기독교인 희생 전국 최대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입니다. 하지만 민족상잔의 상흔은 아직도 곳곳에서 증오와 갈등으로 남아있습니다. CBS는 진실화해위원회와 함께 72년 전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인 집단 학살 사건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당시 호남지역은 북한 인민군의 저항이 심해 민간인들의 피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초대교회 신앙을 목숨처럼 여겼던 당시 기독교인들은 적대세력에 의해 반동으로 분류돼 참혹하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전남 영암군 상월그리스도의교회에도 순교의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상월상리길에 위치한 상월그리스도의교회. 109년의 역사를 가진 이 교회는 1950년 11월 6일 적대세력에 의해 교회 설립자 나옥매 전도부인 등 교인 35명이 순교를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차적으로 다음 달 희생자 16명에 대한 진실 규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상월상리길에 위치한 상월그리스도의교회. 109년의 역사를 가진 이 교회는 1950년 11월 6일 적대세력에 의해 교회 설립자 나옥매 전도부인 등 교인 35명이 순교를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차적으로 다음 달 희생자 16명에 대한 진실 규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앵커]

한국전쟁 당시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인 집단 학살 사건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입니다.

호남 지역은 퇴각하는 북한 인민군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민간인 희생자들이 많았습니다.

10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구제에 앞장섰던 전남 영암군 상월그리스도의교회 순교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깁니다.

송주열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전남 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모내기를 마친 여느 농촌마을처럼 평화로워 보이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을을 지켜온 상월그리스도의교회는 오늘도 마을 이곳 저곳 이야기들을 말없이 듣고 있는 듯합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6살이었던 진요한 장로.

72년 전 11월 6일 추수를 앞둔 벼들 사이로 불었던 바람소리 하나 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가족이 기독교 집안이라는 이유로 마을 좌익세력에 의해 희생 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도하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극적으로 희생을 모면한 진 장로.

[인터뷰] 진요한 장로(78세) / 상월그리스도의교회 순교자 후손
"산꼭대기 올라가보니까 집이 대낮같이 환 한 거 에요. 횃불을 들고 우리를 잡으러 왔는데 우리 식구가 아무도 없으니까 온 집안을 찾느라고…"

하지만, 진 장로는 1950년 11월 6일 외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3명의 친형 등 친인척 12명이 좌익 활동을 하던 이웃주민들 손에 희생될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인터뷰] 진요한 장로(78세) / 상월그리스도의교회 순교자 후손
"세 형들이 피신해 있다가 집에 오니까 우리도 없고 갈 데가 없으니까 형들이 들판에서 벼를 까먹고 하다가 잡혔다고 해요. 아버지를 오면 잡기위한 볼모로 잡고 있다가 죽였는데 그 현장에서 죽여서 같이 한 무덤에 묻어버려서…"

진 장로는 아들, 손주들과 함께 72년 전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외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를 찾아
마을 죽음을 당하기 전 불렀다는 찬송가를 불러봅니다.

(현장음)
"믿는 자 위하여 있을 곳 우리 주 예비해 두셨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올해 80세로 마을의 산증인인 김동문 장로는 적대세력에 의해 주민들이 끌려와 처형당한 곳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여기가 한국전쟁 당시 교인 35명이 순교당한 장솝니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상월교회 설립자였던 나옥매 전도부인과 신덕철 전도사 등 교인 35명이 동시에 처형당한 뒤 버려지다시피 매몰됐습니다.

12살, 10살, 어머니 뱃속 아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동문 원로장로 / 전남 영암군 상월그리스도의교회
"신덕철 전도사님은 두개골이 가슴에가 있더라고 말씀 들 하시더라구요. 박석현 목사님같은 경우는 고향인 진도로 가족들이 모셔갔고, 미성년자들은 그냥 땅에 방치돼 버렸죠. 가해자 살아계신 분도 계세요. 피 묻은 칼로 무를 뽑아서 껍질을 깍아서 먹으면서 아 맛있다 그런 이야기까지 증언이 있어요."

故 임유상, 김춘동 집사 외손자 진요한 장로와 후손, 상월교회 이성배 목사, 김동문 원로장로가 묘소 앞에서 죽음을 당하기전 불렀던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故 임유상, 김춘동 집사 외손자 진요한 장로와 후손, 상월교회 이성배 목사, 김동문 원로장로가 묘소 앞에서 죽음을 당하기전 불렀던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적대세력에 의해 집단 학살이 이뤄진 터. 상월그리스도의교회는 지난 2009년 이곳에 순교비를 조성했다.영암군 학산면 상월리 적대세력에 의해 집단 학살이 이뤄진 터. 상월그리스도의교회는 지난 2009년 이곳에 순교비를 조성했다.
처참한 현장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또 한 사람.

상월그리스도교회 설립자 나옥매 전도부인의 사위이자 당시 광주양림교회를 시무하던 박석현 목사의 수양 딸 김기순 사모.

김기순 사모는 광주에서 피난 길에 올랐던 박석현 목사가 처가에서 발각 돼 적대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 자신을 살리려 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기순 사모(88세) / 상월그리스도의교회 학살 생존자
"(목사님이) 애 보고 물어보라고 성도 아니고 우리 식구도 아닌데 오다가 피난하닥 합류해서 온 아이인데 얘는 빼달라고 얘 만은 자기 부모한테 보내달라고 부탁하시는 거에요. 또 뺨을 맞고 또 뺨을 맞고 두 번이나 그렇게 해서 내가 그 자리에서 살아났던 거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사는 거에요. 하나님 나라 가면 만나겠지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한국전쟁 당시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중 전국의 40%가 넘는 희생자가 전라남도지역에서 발생했고, 이 중 영암지역에서만 진실규명 신청 건수가 750건 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상월그리스도의교회 희생자 35명 가운데 1차적으로 16명에 대한 신청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진상규명 보고서를 낼 예정입니다.

[인터뷰] 박미경 조사과장/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영암군에서 발생한 피해자 현황조사에서 (상월그리스도의교회) 35명의 희생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지금 현재 저희가 영암군 학산면 상월교회 사건은 신청인과 참고인 그리고 기록조사가 모두 끝났고 7월 말 쯤 진실규명 의견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CBS뉴스 송주열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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