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기독교장로회 산하 사회복지법인 한기장복지재단이 최근 강남지역자활센터 운영권을 자진 반납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반납 결정이 해당 시설 센터장과의 갈등, 이른바 '갑질'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기장 복지재단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산하 사회복지법인입니다.
한기장은 지난 2014년부터 강남지역 자활센터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극심한 강남지역에서 다양한 자활지원사업을 펼치며 취약계층 지원에 힘써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한기장복지재단 법인 이사회는 강남지역자활센터의 수탁 운영권을 돌연 반납하기로 결의했습니다.
해당 센터의 정상적인 운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섭니다.
반납 결정 이면엔 재단 측과 강남지역자활센터장, 안수경 목사와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열린 한기장복지재단 운영권 반납 철회 요구 기자회견.앞서 안수경 목사는 지난해 재단의 시설장 재임용 평가에서 13개 시설의 시설장들이 조건부 재임용 처분을 받자,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해당 시설들이 공통적으로 후원 협력교회가 없는 시설들이었기에, 조건부 재임용 사유가 후원협력교회를 만들라는 재단의 압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안 목사는 인사권 개입 문제 등 그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후원협력교회 문제를 지적하며
조건부 재임용 철회, 후원협력교회 갑질 근절 등을 촉구하는 글을 기장총회 게시판에 게재했습니다.
재단 측은 이에 대해 법인의 명예를 실추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열었고, 개인에 대한 징계 논의는 급기야 강남지역자활센터의 운영권 반납으로 이어졌습니다.
[안수경 목사 / 강남지역자활센터 센터장]
(후원협력교회 제도가)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후원협력교회들도 사회복지사업법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시설을 운영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데, 그것보단 후원협력교회의 권리만을 강조하면서 시설 운영에 너무 깊이 개입하고, 시설장 인사권까지 개입하는 이런 현실이 참 안타깝고요.(보건복지부지정시설로서 반납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자활센터를 반납했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요.
한기장복지재단의 강남지역자활센터 운영권 반납 철회를 촉구하는 참가자들.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기장총회 내부뿐만 아니라 복지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장생명연대와 기장전국여교역자회를 비롯해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디아코니아 등은 재단의 운영권 반납 철회를 촉구하며 한기장복지재단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수탁 기간이 남았음에도 운영권을 반납한 것은 센터장과 직원들의 정당한 개선 요구를 원천 봉쇄하겠단 의미"라며 "이는 기장총회의 사회선교 전통의 기초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모범적으로 운영해오던 센터를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것은 단순히 한 시설의 반납을 넘어, 사회복지선교를 포기한 반복지적· 반인권적 처사"라며 "'위장 폐업'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상기 목사 / 한국디아코니아협동조합 이사장]
"법인의 이러한 황당한 변과 어처구니 없는 결정은 센터를 지배하고,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욕구의 결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복지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법인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법인은 미운털 박힌 안 목사를 제거하기 위해 센터 자체를 폭파해버렸습니다. 법인의 독단적 태도는 최종적으로 센터를 그 존재 이유인 민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CBS는 한기장복지재단 측의 입장을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재단 측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의 내용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기장복지재단측은 답변서에서 "후원협력교회의 존재는 복지시설의 원활한 운영에 협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며 "안수경 센터장이 재단의 운영방침에 불만을 품고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센터장이 분란을 조장해 정상적인 운영이 지속 가능한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센터장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센터의 운영권을 반납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적법한 절차와 논의 끝에 이사회 결의를 한 것"이라며 "어떠한 불법적인 요소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현재 안수경 센터장은 법원에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로, 향후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민중신학의 모태로서 우리나라 복지와 사회선교에 앞장서왔던 기장총회인 만큼 원활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과 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정용현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