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부진해졌습니다.
교육 당국이 진단 평가 강화를 통해 대응에 나선 가운데, 교육 현장에선 학생 간 줄 세우기와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교사운동과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진행한 학급 단위의 기초학력 증진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됩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과 기독NGO 기아대책이 함께 진행하는 '우리반 기초학력 구출 40일 프로젝트'.[기자]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대면수업에 제한이 생기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전반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17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수학의 경우 대도시와 읍·면 간 차이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벌어지며 취약계층의 학습 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은 학력 평가를 강화함으로써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초6·중3·고2을 대상으로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면 도입해 희망 학교는 모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평가 대상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사실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재개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시험 강화 움직임에 대해 교육 현장에선 일제고사 부활의 전조라는 비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진단의 필요성엔 동의하지만 교육 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는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김중훈 교사 / 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 연구회]
"(학업성취도) 미도달 여부를 가지고 학교 간 교육청 간 경쟁을 시키고, 이거에 따라서 예산 분배를 하고, 인사에도 반영하게 되니까 각종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거예요. 시험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체계적으로 잘 지원해서 도울 것인가 거기에 방점을 두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5일, 진행된 '우리반 기초학력구출 40일 프로젝트' 결과 발표회.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한 담임교사에게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무상으로 제공했고, 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연구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교사연수와 실행과정을 지원했다.이런 가운데, 좋은교사운동과 기아대책의 '우리반 기초학력구출 40일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크게 주목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평균 주 3회, 15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기와 셈하기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향후 학습의 기본 도구가 될 읽기 유창성과 기초 연산 능력을 집중 강화할 수 있도록 특별 교재를 제작했고, 학급 전체가 참여합니다.
지난해 처음 시작돼 성과를 얻은 뒤 올해엔 170여 개 학급 6천여 명의 학생으로 확대됐고, 사전 사후 비교 검사 결과 놀랍게도 상·중·하위권 모든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장음]
"상, 중, 하 모든 집단에서 향상을 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하' 집단에서 뚜렷한 향상을 보실 수 있는데요."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프로젝트는 학급 전체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우수한 학생들은 기초를 더욱 탄탄히 하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낙인효과 없이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험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 적절한 동기부여와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식 공동대표 / 좋은교사운동]
"실제 우리가 학생들을 지도해 보면 어떤 시험을 보냐 안 보냐 이런 것보다는 교실에 정말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교재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해 주는 것,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선생님들이 충분히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 이런 것들이 오히려 이 학력 격차를 해소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란 점을 이번 프로젝트가 그런 결과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바람직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데 현장에서 검증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다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