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열린 '기후위기 걷기 기도회'."지구별의 생명들이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은 우리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앙입니다. 우리의 죄를 참회합니다"
창조세계 보전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기도회, '기후위기 걷기기도회'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열렸다.
'기후위기 걷기기도회'는 위기를 넘어 재앙이 된 오늘의 기후변화 현실을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하고자 지난 4월부터 매달 첫째 주일 진행되고 있다.
기도회를 주최하고 있는 하늘평화교회 김영진 목사는 "한국교회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은 대부분 활동가 중심에서 그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극복을 공교회 차원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연대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회의 소명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인데, 기후변화로 닥칠 재앙을 막아내는 것이야 말로 지금 이 시대 우리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라며 "기후위기 극복은 선교적 과제이자 사랑 실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생명', '정의', '평화', '사랑'이란 4개의 큰 주제를 가지고 묵상과 기도, 찬양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기후 행진과 걷기 기도를 진행했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야기한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과 탐욕을 회개하며, 지속가능한 생태문명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실천을 다짐했다.
기도회를 가진 뒤 '지구별 순례길' 걷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기도회 참가자들. 손에는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었다.자녀들과 함께 기도회를 찾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4살 딸과 함께 기도회에 참석한 김수진씨는 "기후변화로 심각한 재앙이 닥칠 지구의 모습을 생각하며 걱정이 앞선다"며 "우리 아이들한테는 그런 지구를 물려줘선 안된다고 생각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연대 활동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8살과 10살 남매와 함께 온 이충형·이은정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의 작은 행동에도 더욱 신경 쓰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이들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이웃들"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는 현 상황에서 '기후위기는 곧 부정의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걷기기도회 참가자들.한편, 이날 기도회엔 서울제일교회, 가재울녹색교회, 맑은샘교회, 낮은자리교회, 성수삼일교회, 나섬교회 등 여러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 50여 명이 참석해 마음을 모았다.
맑은샘교회 김오성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진정으로 들을 때 직접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다"며 "걷기기도회가 하나님께 지구별의 상황을 탄원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걷기기도회 측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 공간, 이른바 '지구별 거리'를 조성해, 함께 기도하며 다양한 활동과 문화행사를 이어가고자 한다"며 "각 지역에서도 기후위기 걷기기도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첫째 주에 진행되는 걷기기도회는 더 많은 교회들과 연대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