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한국교회 각 교단의 정기총회에 바란다 - 정종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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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논평] 한국교회 각 교단의 정기총회에 바란다 - 정종훈 교수

  • 2022-09-18 22:58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정기총회가 대부분 다음 주에 개최됩니다. 교단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다음 1년을 계획하며,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정기총회는 대형선박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때문에 총회장을 비롯해서 임원들을 뽑는 과정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에만 큰 비중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교단의 정기총회는 연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전체 한국교회와 소속 교단을 질적으로 성숙하게 만드는 기회이자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 정기총회에 바라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교회의 부끄러움을 회개하는 총회가 되어야 합니다. 부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기복적 번영신학에 몰두했던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장애인, 또는 성 소수자 등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공교회 의식 없이 개교회 성장에만 치중했던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성서 문자주의에 빠져서 성서를 비이성적으로 읽거나 아전인수로 해석했던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국민이 안중에 없는 권력의 카르텔에 대해서 방치했던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이념과 진영논리 가운데 극단적으로 균열되어 서로 배척하며 갈등했던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둘째로,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총회가 되어야 합니다. 소위 정치꾼들은 배제되어야 하고, 누구라도 총대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남녀성별의 균형과 함께 청년과 장년과 노년 등 세대별 총대의 균형도 도모해야 합니다. 큰 교회의 목회자와 함께 작은 교회의 목회자도 총대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발언의 기회는 '꾼들'을 배제하고 원하는 총대들에게 고루 배분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돈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임원선거를 극복하기 위해서 존경받는 교계 인사들 가운데 5인 내외를 추천하여 제비뽑기로 선출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 교회개혁에 적극적인 총회가 되어야 합니다. 개신교회의 특징은 언제나 개혁하는 데 있습니다. 목사나 장로, 권사나 안수집사 등 교회 직분을 계급화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만인제사장을 주장하는 개신교회가 목회자와 평신도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자기  모순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교회가 개인이 소유한 재산처럼 세습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대해서 울타리를 치기보다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서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는 구조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끝으로, 미래를 선도하며 세상에 희망을 주는 총회가 되어야 합니다. 미래세대의 살 권리를 보장하려면 기후 위기에 앞장서서 대비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의 분단체제를 해소하고, 평화공존, 상호번영의 남북관계 형성에 민간의 한 축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고, 모든 재난과 고통의 짐을 나누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일치와 협력의 에큐메니칼한 연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이웃 종교와의 협력도 추구해야 합니다.

2022년 한국교회 각 교단의 정기총회가 구태의연한 총회로 끝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각 교단의 신도들에게는 기쁨의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사회와 한반도에 대해서는 가슴 벅찬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교회에 대해서는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데 도움을 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뜻을 찾고, 찾은 뜻에 순종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총회가 진행되도록 간절한 기도로 중보해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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