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한국 관구' 설립 30주년…"생명을 살리는 교회 역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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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한국 관구' 설립 30주년…"생명을 살리는 교회 역할" 다짐

  • 2022-09-29 18:34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 29일 오후 서울주교좌성당 거행
이경호 의장주교, "선교 초기부터 민족 고난과 함께 해와…생명 살리는 교회 역할" 다짐
김성수 제1대 의장주교, "버림받은 사람도 함께 하는 괜찮은 교회"
일본성공회, "세계 평화, 동아시아 평화 위해 협력 기대"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가 29일 오후 서울 정동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렸다.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가 29일 오후 서울 정동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렸다. 
대한성공회(이경호 의장주교)가 영국성공회로부터 한국 관구(Province) 지위를 획득한지 30주년을 맞았다.
 
세계성공회협의회(ACC)에 따르면 성공회 신자는 전 세계 165개국에 걸쳐 1억 여 명에 이르며, 650여 명의 주교가 있다. 성공회는 국내 선교 초기인 1890년 학교와 병원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쳤고, 1990년에는 세계 성공회 인사들을 초청해 대한성공회 선교 100주년 기념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대한성공회는 지난 1992년 영국성공회 켄터베리에서 나와 한국 관구 지위를 획득했으며, 현재 한국 관구는 서울교구와 대전교구, 부산교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성공회는 장로교단 노회에 해당되는 교구들이 모여 관구를 이루는데 관구 지위를 획득하기 전에는 영국 캔터베리에 속해 있었다.
 
특히 대한성공회 어머니교회인 서울 정동 서울주교좌성당은 교회 건물 자체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8.15광복과 한국전쟁, 4.19혁명, 6.10민주항쟁 등 굵직한 근, 현대사의 흔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대한성공회는 이 과정에서 교회의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성당 양 옆으로는 덕수궁과 일제 침략과 수탈을 상징하는 옛 부민관 건물이 자리하고 있고, 4.19혁명 발생지와 6.10민주화운동 진원지가 성당 안팎에 위치하고 있다. 성당 곳곳에는 한국전쟁 당시 시가전 포탄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기도 하다.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에 참여하는 신자들.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에 참여하는 신자들.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에는 관구설립을 주도한 제1대 김성수 의장주교를 비롯해 역대 의장주교들과 교구장,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경호 의장주교는 감사성찬례 설교에서 "대한성공회는 설립 초기부터 민족 고난과 수난의 현장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 글을 모르는 사람들, 고아들을 섬기고 돌보면서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이경호 의장주교는 이어 "일제 잔혹한 식민 치하와 6.25 전쟁의 아픔, 산업화 과정 속에서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려고 노력했고, 군부 독재 시대 민주화와 정의를 위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을 맞아 생명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더욱 책임 있는 교회의 역할을 다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경호 의장주교는 "우리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난 30년 동안 선배들이 노력했던 것보다 더 복음의 헌신과 전도의 열정, 교회에 대한 충성을 다해야 한다"며,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환대하고 생명을 살리는 교회, 안전한 교회,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제1대 의장주교 김성수 주교는 CBS와 인터뷰에서 "대한성공회는 세계 성공회의 모범으로 불린다"며, "성공회는 할 말을 하는 교회, 버림받은 사람들도 함께 하는 교회"라고 말했다.   (사진 = 이정우 카메라기자)대한성공회 제1대 의장주교 김성수 주교는 CBS와 인터뷰에서 "대한성공회는 세계 성공회의 모범으로 불린다"며, "성공회는 할 말을 하는 교회, 버림받은 사람들도 함께 하는 교회"라고 말했다. (사진 = 이정우 카메라기자)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 감사성찬례는 제 15대 의장주교를 지낸 박동신 주교가 집전했다.
 
제1대 의장주교를 지낸 김성수 주교는 지팡이를 짚고 성찬례에 참석했다.
 
30년 전 관구 설립을 준비한 김성수 주교는 CBS와 인터뷰에서 "세계 성공회가 지금의 대한성공회를 보면서 모범적인 교구를 운영한다고 부러워한다"며, "내가 한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성공회가 우리 사회 불의에 대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 주교는 "이 세상이 평화롭게 되려면 역시 정의가 세워져야하고, 높고 낮음이 없고, 빈부 격차가 없어야 한다"며, "이런 일에 마음을 쏟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나라가 옳지 않은 일을 할 때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주교는 "대한성공회는 교세가 약하지만 할 말은 하는 교회, 사랑이 있는 교회, 버림받은 사람도 함께 같이 사는 교회"라며, "아주 괜찮은 교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9대 의장주교를 지낸 박경조 주교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인을 위한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선교 방향을 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성공회는 특별히 평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평화와 관련한 일들을 많이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30주년 행사에는 일본성공회가 축하서신을 보내오기도 했다.
 
일본성공회 수좌주교 루카 무토켄이치는 서신에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자연재해, 코로나 바이러스, 우크라이나와 미얀마 등 전쟁과 분쟁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험과 불안 속에 있다"며, "이런 때에 우리는 세계의 평화, 동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며 대한성공회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관구설립 30주년 기념행사로 김성수 주교 헌정 문집과 리처드 후커의 성공회신학 관련 저서 축복식이 거행됐다. 또, 송태원 레오(서울주교좌성당), 한상복 다윗(약수동성당) 성도에게 관구설립 30주년 감사패를 증정하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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