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교회의 절반 이상이 미자립 교회인 현실에서 은퇴 목회자에 대한 처우 또한 교회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교회에선 은퇴 목회자 처우 문제로 갈등까지 겪는 상황에서 공교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혜인 기잡니다.
[기자]
#A 목사는 30년을 시무했던 교회를 떠나면 거액의 퇴직금을 받게 됩니다. 은퇴 후 생활할 수 있는 집은 물론, 생활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B 목사는 30년을 목회했던 교회를 떠나면, 어떠한 퇴직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살고 있던 사택에서 나오게 되면 전셋집 마련도 막막합니다.
같은 기간 교회에서 사역해왔지만 은퇴 후 두 목사의 삶은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교회 규모와 재정 상황에 따라 목회자 은퇴 예우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목회자 은퇴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마련한 '한국교회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 세미나에서는 은퇴한 목사 대다수가 겪을 수 있는 불안정한 현실을 진단하고, 지금부터라도 인식 개선과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김상덕 연구실장은 발제에서 "한국 교회의 약 60%가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라며 "불균형한 상황 속에서 은퇴를 앞둔 목회자가 늘고 있어 관심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상덕 연구실장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현재로는 목회자 은퇴를 목회자 개인의 책임으로 과중하게 돌리는 경향이 보입니다. 목회자도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목회자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김상덕 연구실장은 은퇴 목회자의 주거 문제도 주목했습니다.은퇴 목회자 개인이 교회 도움 없이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 생계와 직결되는 주거 공간 마련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은퇴 목회자에 대한 지원 문제는 간혹 교회 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교단에서 은퇴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보편적 기준을 세워 목사와 성도가 '돈 문제'를 논의할 때 겪을 수 있는 갈등과 부담을 덜어주자는 겁니다.
[녹취]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가 미리 알아야 상식적으로 대비도 하고 대책도 나오는 게 아닌가 싶고, 은퇴한 목사님들이 자기가 평생 일궜던 교회를 못나가고 헤매고 돌아다니는 것, 돈은 있는데 교회는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성돈 교수는 또, 교단 내 은퇴 중재위원회 설치, 목사를 대상으로 한 은퇴 후 수입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목회자가 은퇴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회들이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공교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CBS 뉴스 한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