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CBS뉴스는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해자 처벌 중심의 대책을 넘어, 궁극적인 관계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현장의 노력과 실천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교육당국이 엄벌주의 방식의 학교폭력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선 가해자 처벌 중심의 대책은 결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처벌이 강화될수록 법적 분쟁은 더욱 격화되고, 교육적 해결은 요원해 질 것이라며 '회복적 생활교육'이 안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학교폭력 등으로 발생한 피해와 깨어진 관계를 소통과 대화, 공동체 활동을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교육입니다.
즉, 학교는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로 학폭 사안을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로서 대화를 통해 진정한 반성과 책임,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교사운동의 회복적생활교육 실천가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교사들. 1년 과정의 교육은 공감대화, 서클 프로세스를 활용한 수업실시, 갈등의 평화적 전환, 트라우마 회복, 교사의 영성, 자기돌봄, 평화걷기학교 등으로 진행된다. 사진 좋은교사운동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2011년부터 회복적 생활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전문 교사 양성에 힘써오고 있습니다.
1년 과정의 실천가 양성 과정을 통해 교사들의 갈등 중재자 역량을 키우고, 서클 활동 등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 교육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사회적협동조합, '평화를 비추는 숲'으로 확대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은지 교사 / 평화비추는숲]
"(실천가 양성 과정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사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과정인데요. 공감하는 대화법이라든가, 서클로 둘러앉아서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든가, 또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다루는 갈등 전환 프로그램, 교사로서 학생들을 다룰 때 어떤 깊은 영성이 필요한지, 거기까지 가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선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최근 4년간 학교폭력 신고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해당학교는 학기별로 세 차례씩 학교폭력 조사를 실시하고, 조기에 발견한 갈등에 전담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엔 서클 활동을 통해 갈등이 있는 학생들이 직접 대화를 나누고, 서로 실천사항들을 약속해 이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또, 비폭력대화를 위한 교직원 연수를 비롯해 학생이 직접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또래 중재자 교육', '인성교육동아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양관악초등학교의 관계 회복프로그램. 회복적 대화모임, 독서치료 활동, 학생 주도 갈등해결 지도 등 학교 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엔 주택 담을 훼손하고 주민들에게 욕설을 해 경찰에 신고된 9명의 학생들을 처벌하는 대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해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10개월 간 주 1회 써클 모임과 독서 토론 모임, 봉사활동 등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모범적인 학생들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방용선 교사 / 안양관악초등학교 학교폭력 전담교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런 갈등을 이야기하고 서로 마음을 표현하면서 진정한 피해 회복과 서로 관계 회복이 일어나도록 지원하고 있고요. 또는 필요하다면 지역 공동체 안에 있는 교육 자원을 활용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돌보고 각자의 역할에서 지원할 수 있는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엄벌주의식, 또는 응보적으로 저희가 절대 접근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충분히 '사랑받았다', '관심받았다' 이런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회복돼서 학부모님들도 굉장히 만족하시고요."
학교 폭력 이슈가 불거질 때 마다 엄벌주의 방식의 대책이 도입됐지만 학교 폭력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피해자 회복과 공동체 통합을 향한 현장의 노력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더욱 주목됩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