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꼭 300일을 맞았습니다.
비통함과 울분에 찬 유가족들의 300일은 힘겨웠습니다.
유가족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도 시민들과 함께 애도할 분향소를 설치하는 일도, 분향소에 희생자의 이름과 얼굴을 찾아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의 아픔이 위로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정치권의 정쟁이 아닌,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방지 노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통과시켜주길 지속적으로 국회에 호소해왔습니다.
지난 6월 30일 이태원 특별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이 됐지만, 국회의원들이 논의하지 않고 기간을 채워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법안 표결까지 꼬박 11개월이 걸립니다.
159명이 희생된 이 참사 발생 300일을 맞으면서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윱니다.
그리고, 지난 300일 이들의 곁을 지켰던 그리스도인들 역시 유가족들과 함께 길 위에 섰습니다.
거센 빗줄기와 무더위를 마다하지 않고 걷고 기도하기를 반복하면서, 유가족들의 눈물이 씻기고, 모든 국민이 원하는 대로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기도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함으로 눈물흘리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로마서 12장 15절을 이야기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이웃의 기쁨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이웃의 슬픔을 진정 함께 아파하는 것, 그것이 이웃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기도행진에 참여한 한 유가족은 자신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시민들의 연대와 격려라고 말했습니다.
300일이 지나면서 많은 이들에게 잊혀졌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그리움 속에서 이렇게 몸부림 치고 있다며, 함께 해달라고, 꼭 부탁드린다고 땀과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시민들의 연대를 요청했습니다.
300일이 지나 400일 500일, 언제까지 이들이 거리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스도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뉴스 브리핑이었습니다.